150만 대에서 2,600만 대까지, 내가 걸어온 자동차 산업의 38년
1987년 8월 3일, 용인 연수원의 강렬했던 질문
해군 장교로서의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날, 제 가슴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1987년 8월 3일, 기아자동차 엔지니어로서의 첫 행선지는 경기도 용인의 기아그룹 연수원이었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연수원 강당, 당시 기아자동차를 이끌던 김선홍 회장님이 신입사원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예고 없는 날카로운 질문 하나를 던지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총대수가 몇 대인지 아는 사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온 정답은 '약 150만 대'였습니다.
당시에는 그 150만 대라는 숫자도 참 거대해 보였습니다. 마이카(My Car) 시대의 서막이 막 열리던 시기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한 대 한 대가 곧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엔진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의 출발선에 엔지니어로서 함께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상상이 현실이 되다
그로부터 3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눈부신, 어쩌면 무서울 정도의 대성장을 이룩했습니다.
150만 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등록 대수는 이제 2,600만 대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니, 그야말로 '국민 2인당 1대', 성인 기준으로 보면 '1인 1대' 꼴로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마이카 시대를 넘어, 이제는 자동차가 삶의 필수재이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숫자의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계식 엔진과 변속기를 만지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동화(EV)를 넘어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지배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와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 시대의 한복판에 와 있습니다. 용인 연수원 시절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래가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38년의 기록을 이 공간에 복기하며
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연구소에서 첫 드래프트를(제도판) 잡았던 날부터,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 보쉬(Bosch)에서 시스템 개발 전문가로 치열하게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25년의 세월까지. 제 인생의 38년은 대한민국,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궤적과 언제나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이제 이 공간을 통해 그동안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쌓아온 기술적 통찰과 경험,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엔지니어로서의 시선을 대중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150만 대의 시대에서 자율주행의 시대까지 걸어온 한 엔지니어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독일 Sinsheim의 탈것 박물관에 전시된 르망24경기에 출전했던 내구경기용 자동차. 최근 까지의 직장이었던 Bosch와 피스톤으로 이름을 날린 Mahle등의 스폰서이름이 선명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