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기에서 ADAS까지, 자동차를 점령한 컨트롤 유닛(CU)의 대홍수
오늘날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바퀴 달린 기계라기보다, 수십 개의 컴퓨터가 초고속 통신망으로 묶여 있는 ‘달리는 데이터 센터’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기계장치로 태어난 자동차가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전자장치들을 품게 되었는지 변신의 대하드라마를 간단히 살펴 봅니다.
연대별 컨트롤 유닛(CU)의 진화 서사
⏳ 1970년대: 전자제어의 서막, 기화기를 걷어치우다
역사의 출발점은 1970년대였습니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엔진에 연료를 아날로그적인 부압(Vacuum)으로 빨아들이던 불안정적이고 부정확한 기화기(Carburetor) 시스템의 한계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배기가스 규제를 극복하고 엔진에 가장 정확한 양의 연료를 뿌려주기 위해, 마침내 기화기를 과감히 걷어치우고 최초의 ECU (Engine Control Unit)를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자동차 전자제어화의 위대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하드웨어 제어의 다각화
엔진 제어에 성공한 엔지니어들은 변속기로 눈을 돌렸습니다. 1980년대에는 유압과 TCU(Transmission Control Unit)의 제어 회로가 탑재되었고,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Airbag CU가 설계 탑재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빗길이나 가혹한 제동 상황에서 바퀴가 잠겨버리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하는 안전의 혁명, ABS (Anti-lock Braking System) CU가 탑재되기에 이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각 컴퓨터들은 제각기 자기 일만 하는 독립형 제어장치였습니다.
⏳ 2000년대: 통신 기술의 폭발과 인포테인먼트의 역습
2000년대에 접어들며 차량용 통신 기술(CAN 등)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자, 자동차 내부의 컴퓨터들이 서로 말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운전자에게 길을 찾아주는 Navigation CU와 차량 정보 통신을 담당하는 Telematics CU가 첨가되었고, 이에 뒤질세라 차내에서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IVI (차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제어 장치의 개수를 끌어올렸습니다.
⏳ 2010년대 ~ 현재: 대마왕 ADAS와 제어 장치의 홍수
2010년대에 이르러 드디어 제어시스템의 끝판왕인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CU가 탑재되게 됩니다.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의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차선을 유지하고 스스로 제동을 판단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여기에 차체를 통제하는 BCU(Body Control Unit),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급차의 서스펜션을 실시간으로 가변 하는 Active Suspension System 등이 쉴 새 없이 더해지면서, 오늘날 자동차는 말 그대로 컨트롤 유닛(CU)의 대홍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장인의 최종 결론
하나의 제어기로 시작해 수백 개의 컴퓨터 홍수로 이어지는 이 놀라운 진화는 인류가 자동차를 기계 문명에서 가상 세계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 문명으로 어떻게 이동시켰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다만, 이렇게 컴퓨터의 개수가 무한정 늘어나다 보니, 차량 내부의 배선 하네스가 무거워지고 통신 노이즈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입니다. 이 홍수와 같은 제어 유닛들을 통제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다음 단계로 '제어장치의 중앙 집권화'를 고민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