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DCAS의 출현으로 본 자동차 잔혹사와 기술 통합의 방향: SDV 시대,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이 던지는 메시지
38년간 자동차 제어 시스템의 진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지금의 자동차 제어기술의 발전과 법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적어본 칼럼입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거대한 파도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드는 요즘을 보면, 기록으로 남아있는 150년 전 증기 자동차와 내연기관 차가 첫발을 내딛던 때의 혼란이 겹쳐져 보인다.
19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의 도로는 마차와 말이 지배하고 있었다. 초창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업계와 기득권은 "말이 놀라 사고가 난다"며 강력한 기술 규제를 밀어붙였다. 영국과 미국의 주요 주에서 시행된 일명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의 도심에서의 주행 속도를 마차가 걷는 수준인 시속 3~5마일(약 5~8km/h)로 제한하고, 차량 앞에 사람이 붉은 깃발이나 등불을 들고 걸어가며 마차에 경고하게 만든 법안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기술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T형 포드의 보급으로 자동차사고가 폭증하자 미국은 1900년대 초 속도 제한법, 번호판, 운전면허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나아가 1920년대에는 보행자 중심이었던 도로를 자동차의 영토로 넘겨주는 '무단횡단(Jaywalking) 금지법'을 제정하며 오늘날의 도로 패러다임을 확립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가 기계식 제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규제 진통과 충돌을 보면 150년 전 마차에서 자동차로 주도권이 넘어가던 시절에 일어났던 법적·문화적 진화 과정(진통)과 놀랍도록 닮아 보인다.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가 정한 SAE J3016(레벨 0~5) 분류 기준에 따라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이 체계는 레벨 2와 레벨 3 사이의 연결 고리가 거의 없는 소위 '죽음의 계곡'을 만들었다.
레벨 2: 시스템이 가감속과 조향을 보조하지만 사고 책임은 100% 사람 운전자에게 있음.
레벨 3: 특정 조건에서 차가 스스로 주행하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완성차 제조사로 넘어가게 됨.
사후 징벌과 민사 소송 중심으로 기술의 베타 배포를 용인하는 미국과 달리, 사전 승인(Type Approval)과 법적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중시하는 유럽과 한국 등은 레벨 3 도입에 거대한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 능동 주행이 가능해도 사고 시 무한대 책임을 져야 하는 리스크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출시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출현한 현실적 대안이 바로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UN Regulation No. 171)다. UNECE(UN유럽경제위원회) WP.29에서 주도하여 2024년 정식 발효된 이 규정은 법과 기술을 유연하게 분리하여 "주행 주도권과 기능은 레벨 3 수준의 능동적 조작(시스템 주도 추월, 차선 변경 등)을 허용하되, 법적 책임과 감시 의무는 레벨 2처럼 사람 운전자에게 남겨두는" 타협점을 제시한 것이다.
DCAS라는 유연한 룰의 탄생이 꼭 특정 진영에게만 일방적인 수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글로벌 시장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고 있다.
테슬라(Tesla)의 관점:
테슬라는 FSD(Full Self-Driving)를 레벨 3으로 정의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없이 유럽과 한국 등 사전 승인국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DCAS 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운전자 상태 감시(DMS) 의무화'와 '과장 마케팅 금지'라는 제한도 받았다. 더 이상 소비자가 완전 자율주행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Supervised(감독 필요)' 체계를 시장을 관할하는 정부로부터 강제당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관점:
당초 레벨 3(HDP) 탑재를 추진하다가 책임 소재의 벽에 막혔던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반격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사고에 대한 제작사로써의 무거운 법적 리스크없이 DCAS 규격(레벨 2+)에 맞춰 '핸즈오프/지능형 차선 변경 HDA' 기술을 양산차에 대량 이식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선회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 그룹은 42dot 등 SDV 전담 조직과 앤비디아(NVIDIA) 등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 융합형 DCAS 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DCAS 규정이 강제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는 'DMS(Driver Monitoring System)'다. 운전자가 언제든지 차량 제어권을 되찾을 수 있는 상태로 있는 지를 실시간 카메라와 센서로 감시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눈동자 추적(Eyes-on), 안면 방향, 운전대 정전식 센서(Hands-on) 정도가 주를 이루지만, 차내 전체 센싱(In-Cabin Sensing)으로 기술이 확장되어 Pedal-box(운전석 발밑 공간) 감시 센서까지 이어진다면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효과 하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자동차 잔혹사의 대명사이자 '블랙박스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급발진 사고의 원인 규명이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다. 지금까지는 EDR(사고기록장치)에 찍힌 가속페달 변위량 100% 데이터를 두고 "운전자의 페달 오인"이라는 제조사 주장과 "ECU 데이터 오류"라는 소비자 주장이 정면으로 대립되었었고 법정에서조차 소비자가 시스템오류를 증명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DCAS 준수를 위해 탑재된 실내 센서가 충돌 직전 "운전자의 발이 실제 브레이크 패드 위에 있었는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는지"를 영상 및 물리적 데이터로 증명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진상을 투명하게 가려냄으로써 제조사에게는 무분별한 억측에 대한 방어권을, 소비자에게는 진정한 시스템 결함을 입증할 완벽한 정보와 증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1.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의 재현, SDV가 맞닥뜨린 진통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거대한 파도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드는 요즘을 보면, 기록으로 남아있는 150년 전 증기 자동차와 내연기관 차가 첫발을 내딛던 때의 혼란이 겹쳐져 보인다.
19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의 도로는 마차와 말이 지배하고 있었다. 초창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업계와 기득권은 "말이 놀라 사고가 난다"며 강력한 기술 규제를 밀어붙였다. 영국과 미국의 주요 주에서 시행된 일명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의 도심에서의 주행 속도를 마차가 걷는 수준인 시속 3~5마일(약 5~8km/h)로 제한하고, 차량 앞에 사람이 붉은 깃발이나 등불을 들고 걸어가며 마차에 경고하게 만든 법안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기술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T형 포드의 보급으로 자동차사고가 폭증하자 미국은 1900년대 초 속도 제한법, 번호판, 운전면허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나아가 1920년대에는 보행자 중심이었던 도로를 자동차의 영토로 넘겨주는 '무단횡단(Jaywalking) 금지법'을 제정하며 오늘날의 도로 패러다임을 확립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가 기계식 제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규제 진통과 충돌을 보면 150년 전 마차에서 자동차로 주도권이 넘어가던 시절에 일어났던 법적·문화적 진화 과정(진통)과 놀랍도록 닮아 보인다.
2. SAE J3016 레벨의 '죽음의 계곡'과 DCAS라는 현실적 대안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가 정한 SAE J3016(레벨 0~5) 분류 기준에 따라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이 체계는 레벨 2와 레벨 3 사이의 연결 고리가 거의 없는 소위 '죽음의 계곡'을 만들었다.
레벨 2: 시스템이 가감속과 조향을 보조하지만 사고 책임은 100% 사람 운전자에게 있음.
레벨 3: 특정 조건에서 차가 스스로 주행하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완성차 제조사로 넘어가게 됨.
사후 징벌과 민사 소송 중심으로 기술의 베타 배포를 용인하는 미국과 달리, 사전 승인(Type Approval)과 법적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중시하는 유럽과 한국 등은 레벨 3 도입에 거대한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 능동 주행이 가능해도 사고 시 무한대 책임을 져야 하는 리스크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출시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출현한 현실적 대안이 바로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UN Regulation No. 171)다. UNECE(UN유럽경제위원회) WP.29에서 주도하여 2024년 정식 발효된 이 규정은 법과 기술을 유연하게 분리하여 "주행 주도권과 기능은 레벨 3 수준의 능동적 조작(시스템 주도 추월, 차선 변경 등)을 허용하되, 법적 책임과 감시 의무는 레벨 2처럼 사람 운전자에게 남겨두는" 타협점을 제시한 것이다.
3. 양날의 검이 된 DCAS: 테슬라와 현대차의 동상이몽
DCAS라는 유연한 룰의 탄생이 꼭 특정 진영에게만 일방적인 수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글로벌 시장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고 있다.
테슬라(Tesla)의 관점:
테슬라는 FSD(Full Self-Driving)를 레벨 3으로 정의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없이 유럽과 한국 등 사전 승인국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DCAS 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운전자 상태 감시(DMS) 의무화'와 '과장 마케팅 금지'라는 제한도 받았다. 더 이상 소비자가 완전 자율주행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Supervised(감독 필요)' 체계를 시장을 관할하는 정부로부터 강제당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관점:
당초 레벨 3(HDP) 탑재를 추진하다가 책임 소재의 벽에 막혔던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반격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사고에 대한 제작사로써의 무거운 법적 리스크없이 DCAS 규격(레벨 2+)에 맞춰 '핸즈오프/지능형 차선 변경 HDA' 기술을 양산차에 대량 이식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선회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 그룹은 42dot 등 SDV 전담 조직과 앤비디아(NVIDIA) 등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 융합형 DCAS 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4. DMS(운전자 감시)의 진화와 급발진 해법의 사이드 이펙트
DCAS 규정이 강제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는 'DMS(Driver Monitoring System)'다. 운전자가 언제든지 차량 제어권을 되찾을 수 있는 상태로 있는 지를 실시간 카메라와 센서로 감시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눈동자 추적(Eyes-on), 안면 방향, 운전대 정전식 센서(Hands-on) 정도가 주를 이루지만, 차내 전체 센싱(In-Cabin Sensing)으로 기술이 확장되어 Pedal-box(운전석 발밑 공간) 감시 센서까지 이어진다면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효과 하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자동차 잔혹사의 대명사이자 '블랙박스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급발진 사고의 원인 규명이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다. 지금까지는 EDR(사고기록장치)에 찍힌 가속페달 변위량 100% 데이터를 두고 "운전자의 페달 오인"이라는 제조사 주장과 "ECU 데이터 오류"라는 소비자 주장이 정면으로 대립되었었고 법정에서조차 소비자가 시스템오류를 증명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DCAS 준수를 위해 탑재된 실내 센서가 충돌 직전 "운전자의 발이 실제 브레이크 패드 위에 있었는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는지"를 영상 및 물리적 데이터로 증명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진상을 투명하게 가려냄으로써 제조사에게는 무분별한 억측에 대한 방어권을, 소비자에게는 진정한 시스템 결함을 입증할 완벽한 정보와 증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