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은 필요할 때만 돌리자!
엔진은 필요할 때만 돌리자!, Start-Stop
연료 절감을 위한 스탑앤고 기술의 공학적 이면과 제어 메커니즘
자동차의 연료 소모를 줄이고 배기가스를 저감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기술이 자동차 시장에 등장하여 이제는 완전히 보편화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Start-Stop(스탑앤고)'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서 엔진이 동력을 낼 필요가 있을 때만 엔진을 돌리고, 신호 대기나 정차 시처럼 그렇지 않을 때는 엔진을 자동으로 정지시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공회전 연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시도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이고, 시스템적 실현화가 최근에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사실 이 기술은 자동차를 설계하고 만드는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들의 입장에서는 실제 차량에 적용하기까지 다소 큰 위험 부담과 망설임이 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자동차의 시동(Start)은 차량의 모든 기능 중 가장 안전과 직결된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100번 잘되다가도 단 한 번이라도 복귀 시동에 실패하면, 복잡한 교차로 한가운데서 운전자가 느끼는 극심한 낭패감은 물론이고, 뒤따르는 추돌 위험 등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100% 신뢰성 있는 시스템 프로토콜을 구성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양산 발표가 꺼려지는 시스템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 기술적 장벽 때문에 오랜 연구 기간을 거쳐 최근에서야 비로소 실현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Start-Stop 구현을 위한 3대 선결 기술 과제
이 기능을 완벽히 구동하기 위해서는 엔진 제어 시스템 전반에 몇 가지 정밀한 기술들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엔진 콘트롤러(ECU)는 엔진의 정지 위치를 언제 어느 순간에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4기통 엔진의 경우, 엔진 콘트롤러는 엔진이 완전히 정지된 순간에도 '다음에 엔진이 시동 모터에 의해서 다시 회전하기 시작할 때, 몇 번 실린더의 피스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판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타트 모터가 회전축을 돌리자마자 가장 먼저 압축 행정에 접근하는 신선한 실린더를 저격하여 연료를 공급하고 불꽃을 튀겨, 가장 짧은 밀리초(ms) 단위 시간 내에 엔진을 정상 가동 상태로 복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대단히 복잡한 크랭크 위상 포착 기술이 접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엔진이 회전을 멈추는 최종 국면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엔진은 숨을 멈추기 바로 직전, 실린더 내부에 차오른 공기의 압축 반발 작용(Cylinder Compression Elasticity) 때문에 항상 미세하게 '역회전(Reverse Rotation)'을 하며 정지합니다. 기존의 Inductive 타입 센서는 톱니가 지나간 개수는 셀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돌았는지' 방향성은 포착하지 못합니다. 회전 방향을 모르면 마지막 순간의 역회전을 계산에서 놓치게 되고, 결국 ECU는 피스톤의 최종 정지 위치를 오판하게 됩니다.
따라서 Start-Stop 차량에는 회전 방향까지 완벽하게 분별해 낼 수 있는 Hall 효과(Hall Effect)를 이용한 초정밀 회전수 감지 센서가 필수로 쓰이게 됩니다.
두 번째, 스타트 모터와 플라이휠 링기어의 내구성이 3배 이상 강화되어야 합니다.
과거 Start-Stop 기능이 없던 시절에는 자동차의 전 생애주기 동안 약 10만 회 정도의 시동만 견디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중의 첫 시동은 물론이고, 혼잡한 도심 도로 주행 중 시도 때도 없이 엔진을 껐다 켜야 하는 Start-Stop 차량은 최소 30만 회 이상을 보장하는 초고내구 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기존 부품들의 물리적 형상, 재질, 원가 설계에 큰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내구 수명을 이렇게 3배 이상 연장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 번째, 배터리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의 탑재입니다.
차량의 배터리는 엔진 플라이휠과 벨트로 연결된 발전기(Alternator)가 돌아가야만 충전이 됩니다. 따라서 Start-Stop 기능으로 엔진 가동 시간이 줄어들면, 배터리가 발전기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을 시간도 필연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엔진 콘트롤 유닛(ECU)은 배터리의 상태를 초단위로 모니터링하다가, 충전 상태(SOC)가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즉시 Start-Stop 기능을 강제로 일시 정지시키고 엔진을 켜서 배터리부터 충전시키도록 전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맵을 구성해야 합니다. 즉 이런 일을 엔진 콘트롤 유닛(ECU)가 알아서 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성해 주어야 하며, 더운 날씨나 추운 날씨 등을 돌아다니며 충분한 필드 시험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1)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 방식: 배터리 단자에 정밀 센서를 달아 전해액 농도와 전류·전압을 직접 정밀 계측하여 ECU와 디지털 통신을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정밀도는 극상이나 제조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원가 상승이 발생합니다.
2) 가상 예측 모델링(Virtual Model) 방식: 원가 절감을 위해 센서를 삭제하고, 주위의 외기 온도나 간접 상황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배터리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하는 배터리의 수학적 모델을 ECU 내부에 심어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가끔 어떤 자동차를 타보면 Start-Stop 기능이 매번 일관성 없이 거칠거나 묘하게 작동하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바로 이 값싼 가상 모델링 방식을 채택한 대가입니다.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가상 알고리즘 모델에 확신이 없다 보니,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마진 영역을 너무 크게 잡아두어 Start-Stop 작동 조건의 일관성이 없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Start-Stop 기능이 출현한 지도 이미 수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에 더해서 Sailing(코스팅 주행), Stop-In-Gear, Electronic-Clutch-Control 등의 몇 걸음 더 나아간 고도화된 기술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인증용 연비 시험을 정해진 특정 시험 모드에서만 강제하는 한, 그 효과가 현장에서 크게 부각되기는 어려웠습니다.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유럽 NEDC 시험 모드에는 아이들(공전) 영역이 별로 없어 이러한 진보된 코스팅 기술들이 작동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의 신차용 파워트레인 개발 경험상, 실 도로 주행에서는 분명히 상당한 연료 절감 효과가 존재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시험 모드가 실제 주행 환경을 대변하는 WLTP(국제표준시험방식) 체제로 완전히 전환되어 안착한다면, 이 숨겨진 기술들의 진짜 가치와 연비 절감 효익이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부각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