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무서운 법의 장벽: 자율주행이 마주한 실존적 문제
전통적인 로망이 사라진 엔진룸, 그 자리를 채운 IT
최근 자동차 산업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기계 기술 면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뚜렷한 화두나 혁신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엔진, 변속기, 제동장치, 외관 디자인 등 과거 우리가 열광했던 분야들은 이미 성숙할 만큼 성숙해서, 더 이상 극적인 발전이나 변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과연 단순히 이동하는 목적을 위해 저렇게 비싼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해야만 하는가?"라는 자아반성의 기류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승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자동차의 시간당 사용 효율은 고작 4%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루 중 23시간은 비싼 감가상각을 두들겨 맞으며 주차장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과거 글로벌 디젤 스캔들 같은 악재까지 더해지며, 자동차에 대한 낭만과 로망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자동차로 먹고사는 제조사들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동차 업계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핵심 화두는 정통 기계 공학이 아닌 IT 기술입니다. '자율주행'이라는 이름 아래 인공지능(AI), 초고속 통신, 고성능 카메라와 레이더 시스템이 자동차의 심장부를 빠르게 차지해 버렸습니다.
시니어를 위한 기술, 하지만 가로막힌 현실
이런 거대한 기술적 변화를 바라보는 사용자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하루빨리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에 등장하여 끔찍한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운전이 힘든 나이 지긋한 시니어분들도 아무 걱정 없이 가고 싶은 곳을 다닐 수 있으며, 도로의 흐름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이 일은 순전히 기술만 발전한다고 해서 뚝딱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의 진보 속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든 '사회적, 제도적 실존의 문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벽은 다름 아닌 '법(Law)'입니다. 세상의 대부분 나라는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법과 제도는 아직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권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현시점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있지 않은 채 자동차 혼자 도로 위를 주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물론이고, 전 세계 도로 법규의 근간이자 글로벌 표준이 되는 '제네바 협약'과 '비엔나 협약'의 1조에는 다음과 같은 철칙이 박혀 있습니다.
"모든 움직이는 차량에는 그것을 통제할 '운전자'가 항상 있어야 한다."
이 강력한 국제조약과 법의 테두리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나 연구기관이 수백억 원을 들여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더라도 일반 공공 도로(공로)에서 시험 주행을 하려면 관할 정부 기관으로부터 까다롭고 특별한 임시 운행 허가를 따로 받아야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2026년, 운전대 없는 '사이버캡'과 인간 법조문의 밀당
시간이 흘러 최근 자동차 업계는 운전대(핸들)와 가속 페달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레벨4 수준의 완전히 새로운 자율주행 차량(테슬라 사이버캡 등)을 양산하겠다고 공언하며 법의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끌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부랴부랴 고속도로 저속 상황에서의 레벨3 승인 기준을 개정하고 대규모 실증 사업에 착수하는 등 제도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요.
하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중에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차 안에 탄 승객에게 있는가, 차를 만든 제조사에게 있는가, 아니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게 있는가?"
"법은 '인간 운전자'의 과실을 처벌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인간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형법상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38년 동안 기계 부품과 전자 제어 파라메터를 만지며 배운 진리는, 기계는 전류가 통하면 정확히 계산대로 움직이지만 인간 사회의 법과 수용성은 그렇게 정량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의 진정한 완성은 센서의 해상도를 높이거나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순간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법조문이 '운전대 없는 기계'를 우리 사회의 안전한 이웃으로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아날로그적 합의의 순간에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