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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사, 표준 독일어가 안 통한다! 슈투트가르트 첫 출근과 사투리 폭탄 (Schwäbisch)

 

나름 준비된 엘리트, 독일 본사에 첫발을 딛다

독일 보쉬(Bosch) 본사 근무를 명받고 유럽으로 넘어가기 전, 저는 한국에서 독일인 선생님을 모시고 나름대로 필사적인 독일어 기초 과외를 받았습니다. "내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가서 부딪치며 일할 기초 체력은 길렀다!" 하는 당찬 자신감을 품고 비행기에 올랐지요.

그렇게 마침내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바로 옆에 위치한 슈비버딩엔(Schwieberdingen) 연구소의 제 자리에 턱 하니 앉았습니다. 제 옆자리에는 '미스터 북(Mr. Buck)'이라는 동료가 앉아 있었는데, 그는 뼛속까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독일 토박이 엔지니어였습니다.

이제 글로벌 동료와 멋지게 첫인사를 나누고 업무를 시작해 보려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제 머릿속은 완벽하게 하얘지고 말았습니다.

독일어 과외를 받을 때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외계어들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단 한 문장도, 단 한 단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독일 사투리를 듣고 표준어와 너무 달라 놀라는 한국 엔지니어


말끝마다 "겔(gel)!", "레(~le)!"... 여기가 독일인가 외계인가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은 독일 내에서도 사투리가 억세고 심하기로 악명 높은 '슈바벤(Schwäbisch·슈배비쉬)' 사투리 권역이었습니다.

그들의 언어 습관은 표준 독일어(Hochdeutsch)만 책으로 배운 초보 엔지니어에게는 거대한 통곡의 벽이었습니다. 미스터 북 뿐만 아니라 사무실의 독일 사람들이 말끝마다 "gel!" (겔!) 이라는 요상한 추임새를 전치사처럼 붙여댔습니다. 표준어의 "그렇지?", "그치?"에 해당하는 표현인데, 귀에는 그저 '겔겔'거리는 소리로만 들렸지요.

게다가 더 장관이었던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은 거의 모든 단어의 꼬리에 "~le" (레)를 붙여서 귀여운 척(?) 조그맣게 축소해 부르는 엄청난 말버릇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표준어로 집을 뜻하는 'Haus(하우스)'는 'Häusle(호이슬레)'가 되고,

  • 빵을 뜻하는 'Brot(브로트)'는 'Brötle(브뢰current틀레)'가 되며,

  • 심지어 일(Arbeit)마저도 'Geschäftle(게셰프틀레)'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거구의 독일 상남자 엔지니어들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말끝마다 "겔!", "~레!"를 연발하고 있으니, 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아뿔사! 슈배비쉬를 배웠어야 했구나"

자리에 앉아 멍하니 미스터 북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속으로 깊은 탄식과 함께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 내가 한국에서 돈 들여 배운 표준 독일어는 다 쓸모가 없구나.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Hochdeutsch'가 아니라 이 외계 같은 'Schwäbisch'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구나. 앗 나의 실수, 아뿔사...!'

그렇게 저의 파란만장한 독일 본사 생존기는 달콤한 낭만이 아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아찔한 사투리 서바이벌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배를 잡고 웃을 유쾌한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매일 퇴근길에 귀가 멍멍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대단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저 역시 그 억센 슈바벤 사투리 리듬에 동화되어 동료들과 "겔!"을 외치며 맥주잔을 부딪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 낯선 이국땅이 제 두 번째 고향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실 일이 있다면, 세련된 표준어 대신 수줍게 "Grüß Gott(그뤼스 고트·남부 지방의 신의 축복을 빌어주는 인사)"와 함께 단어 끝에 "~le"를 살짝 얹어보세요. 무뚝뚝해 보이던 독일 엔지니어들의 얼굴에 무장해제된 삼촌 같은 미소가 피어나는 마법을 보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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