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삼총사: 엔진이 뱉어내는 숨겨진 독소들
세상의 모든 물질은 불에 타면, 다른 말로 '산화'하면 그 물질의 성질이 변화되거나 혹은 전혀 다른 물질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엔진이 힘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화석 연료인 휘발유나 경유를 태우고, 이때 나오는 폭발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으니, 엔진도 연료를 산화시키고 남은 물질들을 내놓기 마련이고 이것이 바로 배기가스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1. 온실의 주범, 그러나 즉각적인 독성은 없는 '신사' CO2
자동차의 연료로 쓰이는 화석연료의 성분은 화학기호로 HC라고 부르는 탄화수소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이상적으로 곱게만 타준다면,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만을 남기고 깨끗이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위와 그림과 같은 이상적인 관계가 유지되면서 연료가 깨끗하게 탄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화석연료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후연소물(後燃燒物)로 동반하기 마련이고, 이것은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리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독자 분들께서 더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태양 흑점 활동이 지구 대기 온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설도 당당히 지지를 많이 받고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으므로 여기서 접고...)
지구의 대기권을 이루는 가스 중 약 0.04%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하는 중요한 일은 태양으로부터 전해지는 열을 지구의 대기권에 머물러 있게 하는 일입니다. 만일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면 대기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 또 하나의 빙하기가 도래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그 양이 많아지면 대기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 육지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0.04%의 부피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도 꽤 중요한 가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가져오는 문제 중의 하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점점 더 많게 하는 것입니다.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0.04%인데, 엔진에서 연소되고 나오는 배기가스 중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약 14%-15% 정도가 됩니다. 농도로만 따지면 300배 이상 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굴러다니는 차의 대수를 생각하면 정말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CO2, 즉 이산화탄소는 엔진이 뱉어내는 다른 유해 가스에 비하면 그래도 '신사'입니다. 이것이 많이 쌓여 지구를 감싸게 되면 지구의 온도를 높여 다가올 지구 재앙의 간접적인 원인은 될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마신다고 해서 사람이 즉시 죽는다든가 아니면 피부병이 걸린다든가 하는 즉각적인 유해 현상은 일으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청에서 혹은 자동차 회사에서 그렇게 법석을 떨고 배출을 막으려 노력을 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고, 자동차 배기가스 속에 포함되어 있는 '즉각적인 유해 작용'을 하는 성분들입니다.
2. 우리가 진짜 경각심을 가져야 할 4대 유해 물질
연료가 들어가서 공기 중의 산소와 섞여 연소되면서 한쪽으로는 물을 만들고 한쪽으로는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과정을 조금 더 상세하게, 그리고 현실에 맞게 쳐다보면 유해 가스가 발생하는 과정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아래에 있는 네 가지의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탄화수소(HC) 그리고 분진(PM) 등입니다. 이것들이 사람 또는 다른 생명체에 아주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칩니다.
① 일산화탄소 (CO) : 소리 없는 암살자, 연탄가스
일산화탄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옛날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에 여러 사람 잡아먹던 연탄가스의 주성분입니다. 엔진 안에서 연료가 연소될 때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연료 성분 중의 탄소가 불완전하게 연소된 결과로 발생합니다.
산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은 연소에 참가한 공기의 양이 부족하다는 얘기고, 이것은 엔진의 연소과정에서 설명해 드렸던 공연비(공기의 양과 연료의 양의 비율)가 이론적 수치인 14.7보다 작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엔진의 모든 부품이 별다른 고장 없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그리고 엔진이 정상적인 운전 온도에 달했을 때는 공연비가 진하게 되는 일이 거의 없고 따라서 일산화탄소가 심하게 발생되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아침 첫 시동 시의 경우와 같이 엔진의 온도가 차가울 때나, 엔진에 부착된 센서류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는 일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아주 많아지게 됩니다. 일산화탄소는 우리 몸을 흐르는 피 속의 헤모글로빈과 아주아주 친하므로, 우리가 조금만 마시더라도 헤모글로빈은 본연의 기능인 산소 운반 기능을 잃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각 세포가 산소 결핍으로 인하여 치명적인 손상을 받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타는 자동차에서도 이러한 무서운 가스가 만들어진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② 탄화수소 (HC) : 타다 남은 생연료의 역습
탄화수소라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로, 바로 한때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었던 본드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본드의 주원료가 보통 휘발성 물질이며 이 휘발성 물질이 또 대부분 탄화수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왜 발생할까요? 연료의 원래 성분이 바로 탄화수소이므로, 연료가 완전히 타지 않고 조금 남은 채로 나오면 그것이 바로 공기 중에 탄화수소로 배출되게 됩니다.
엔진의 연소실 안으로 들어갔던 연료가 어째서 타지 않고 나올 수 있을까요? 대충 두 가지의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첫째로는 일산화탄소의 발생 원인과 같은 경우로 공기의 양이 부족하여 연소 중에 산소 분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가 있고, 둘째로는 연소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공기가 너무 많거나 점화 장치의 고장으로 인하여 연소가 아예 일어나지 못하고 연료 성분이 밖으로 배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두 번째 경우를 우리는 자동차 공학에서 '실화 (Misfire)'라고 부릅니다.
탄화수소는 냄새가 아주 독특한 것으로, 많이 맡으면 현기증 혹은 심할 경우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또 이것을 상습적으로 들이마실 경우에 있어서는 세포의 돌연변이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③ 질소산화물 (NOx, 녹스) : 엔진의 상태가 가장 좋을 때 뿜어지는 역설
질소산화물은 또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엔진은 연료를 태우기 위해서 산소를 사용하지만, 그 산소의 공급원으로서 주변의 '공기'를 이용합니다. 마치 로켓처럼 별도로 산소만을 탱크에 싣고 다니지 않으니까요. 즉, 공기를 빨아들여 공기 중에 약 24% 비율로 섞여 있는 산소만을 이용하고, 나머지 76% 정도의 성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 공기 중의 질소나 다른 미소량 가스는 속절없이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뜨거운 맛 한번 보고 다시 나오는 과정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과정 중에서 질소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원래 질소라는 것은 아주 안정된 물질로서 일반적인 조건 아래에서는 변화를 잘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엔진의 연소실은 연소 온도가 섭씨 몇 천도가 넘고 그때의 최고 연소 압력 또한 아주 높아, 그리 일반적인 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질소가 아무리 변화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가혹한 조건 아래서는 어쩔 수 없이 소량이 산소와 결합하게 되는데, 그렇게 생성된 것이 바로 질소산화물입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의 화학적 형태를 취할 수 있으므로 그것을 통틀어 NOx라고 쓰고 “녹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이 대기 중에 모여 있는 와중에 햇빛을 쬐게 되면 알데히드라고 하는 물질로 변하게 되어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혹은 호흡기 중의 점막 부분을 자극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해에서 보시듯 아주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질소산화물은 공연비가 이상적으로 잘 유지되었을 때 그 발생률이 가장 높습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엔진이 가장 좋은 상태로 운전되고 있을 때 발생량이 가장 많다는 얘기가 됩니다. 앞의 두 개의 유해 성분인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는 엔진의 상태가 뭔가 비정상일 때 그 발생량이 많았으나, 질소산화물은 엔진의 상태가 가장 좋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하게 되는 역설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④ 분진 (PM) : 시각적 주범이라는 억울한 누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진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앞의 세 가지는 냄새가 나는 것이 있고 별로 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모두 눈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진이라는 것은 바로 차의 꽁무니를 통하여 시꺼멓게 나오는 물질 바로 그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화학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앞의 세 가지보다는 아마 덜 해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눈에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아마 가장 크게 배기가스의 주범으로 보여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에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주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의 문제가 됩니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진 성분이므로 사람들의 비난을 몰아서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분진이라는 것은 자동차의 유해 배기가스 중 4분의 1의 책임밖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분진뿐만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아주 해로운 다른 성분들에 대해서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