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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의 엔진을 품고 달린다, 변속기 기어비의 물리적 마법

클러치 바로 다음에 붙어서 파워트레인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가 바로 변속기(Transmission)입니다. 이 장치는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정한 전압의 동력을 도로 위에서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력이 발생하는 기계의 에너지를 물리학적으로 분해해 보면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됩니다.

                           동력(마력)= 힘(회전력, 토크) X 속도(빠르기)

엔진은 언제나 일정 범위 내에서 동력을 내고 있는데, 이 동력을 '회전력(토크) 위주'로 쓸 것이냐 아니면 '속도 위주'로 쓸 것이냐를 변속기가 실시간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언덕을 오를 때는 속도보다 힘을 크게 만들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에서는 힘보다는 속도를 선택해 바퀴를 고속으로 돌리도록 동력의 성질을 바꾸어 주는 장치입니다.

1. 변속기가 없다면? 시속 110km의 지독한 한계

만약 엔진에 변속기 없이 자동차 바퀴를 다이렉트로 바로 연결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이 회전할 수 있는 스펙은 보통 650rpm에서 7,000rpm 정도의 좁은 범위를 가집니다. (디젤 엔진의 범위는 이보다 훨씬 더 좁습니다.)

엔진 회전수의 최소·최대 비율이 약 11:1이므로, 변속기 없이 엔진 최저 회전수650rpm에서 자동차의 최저 속도를 시속 10km/h 로 세팅한다면, 페달을 끝까지 짓눌러 최고 회전수7,000rpm까지 엔진을 쥐어짜 보았자 최고 속도는 10배로 증폭한 것이 고작 시속 110km/h 밖에는 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기어비 조율 없이 최고 회전수인 7,000rpm으로 엔진을 구동하면 소음과 진동 때문에 그 누구도 타고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힘'입니다. 1,500cc~2,000cc 중소형 엔진이 발휘하는 최대 회전력은 대략 20kgf·m 내외입니다. 이 약한 회전력을 바퀴에 직접 접속해버리면 승객을 가득 실었을 때 출발조차 못 하고 시동이 꺼지게 됩니다.

기어를 통한 토크증폭을 설명하는 그림


2. 지렛대의 원리를 매립한 기어박스(Gear Box)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엔진과 바퀴 사이에 서로 다른 톱니 수의 조합을 가진 기어들을 매립하여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표준적인 5단 기어비 세팅을 가진 기어박스를 설치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1단 기어 ── 4.2 : 1
2단 기어 ── 3.0 : 1
3단 기어 ── 2.0 : 1
4단 기어 ── 1.0 : 1
5단 기어 ── 0.8 : 1

여기서 기어비(Gear Ratio)라는 것은 서로 맞물려 도는 기어 쌍의 잇수비를 말합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이 산출됩니다. 

                                  기어비 = 피동 기어 잇수 / 구동 기어 잇수

쉽게 말해, 기어비는 '힘 혹은 회전수의 증폭비'이며, 아날로그 기계 공학의 대원칙인 '지렛대의 작용'을 회전 운동으로 고스란히 구현한 것입니다.

3. 변속기 매립이 가져오는 무결한 융통성

엔진 뒤에 이러한 변속 기어박스가 장착되는 순간, 구동축을 지난 동력은 엄청난 융통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최대 토크가 20kgf·m인 엔진일지라도 최고의 기어비(1단 기어)를 거치게 되면, 20 x 4.2가 되어 바퀴단에는 자그마치 84kgf·m의 가공할 만한 회전력이 인가됩니다. 덕분에 승객과 짐을 가득 싣고도 가볍게 언덕길을 출발할 수 있게 되죠.

반대로 엔진의 최고 회전수가 6,500rpm일 때 최저 기어비인 5단 오버드라이브 기어(0.8 : 1)를 거치게 되면, 6,500 / 0.8 이 적용되어 바퀴를 무려 8,125rpm의 초고속 속도로 회전시킬 수 있게 됩니다. 엔진 rpm을 무리하게 높이지 않고도 시속 200km/h 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 회로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결국 변속기라는 기계 장치는 하나의 자동차 안에 "힘과 최고 회전수 스펙이 서로 완전히 다른 5대의 엔진을 한꺼번에 싣고 다니는 효과"를 완벽히 구현해 낸 자동차 공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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