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기어비의 사각지대를 지우다, CVT(무단변속기)의 메커니즘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를 비교하면 운전자의 손발을 완벽하게 해방해 주는 자동변속기가 압도적으로 편리합니다. 하지만 엔진 동력을 100%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측면에서만 냉정하게 손익계산서를 두드려보면, 유체의 미끄러짐 손실이 없는 수동변속기가 한 수 위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효율적인 수동변속기마저도 엔진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빨아먹지 못하게 가로막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각 단의 기어비가 딱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엔진이 연료를 가장 적게 먹으면서(최저 연료 소비율) 가장 강력한 힘(최대 토크)을 뿜어내는 최고의 운전점은 중간 영역인 대략 3,500rpm안팎으로 수렴됩니다. 엔진을 언제나 이 최고 효율점에서만 회전시킬 수 있다면, 자동차의 연비와 동력 성능은 항상 최적의 상태를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2. 고정 기어비가 만들어낸 '운전 불가능한 사각지대'
여기서 기존 기어식 변속기의 한계점이 명징하게 드러납니다. 엔진 성능 곡선을 기어비로 가변 하여 자동차 속도를 기준으로 다시 그린 것이 바로 아래의 '동력 성능 곡선'입니다.
1단에서 출발해 5단까지 변속을 단행할 때, 기계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변속 패턴을 따라 변속을 수행하더라도 그림 속 빗금이 쳐진 구역(기어 단수와 단수 사이의 빈 공간)에서는 물리적으로 운전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기어비가 고정되어 있다 보니 엔진 rpm이 최고 효율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억지로 사각지대를 건너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빗금 친 손실 영역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기어 기구의 조합을 없애고, 단 없이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변경하는 무단변속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집니다.
3. 풀리와 금속 푸시 벨트가 부리는 무단 변속의 마술
자동차 업계에서 이를 일컬어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무단변속기)라 부릅니다. 수많은 발명품 중 현재 양산차에 채용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CVT 구조는 벨트 구동 방식입니다.
CVT의 내부를 해부해 보면 구동축(엔진 측)과 피동축(바퀴 측)에 각각 한 개씩 V자형 가변 풀리(Pulley)를 매립하고, 그 사이에 특수한 금속제 푸시 벨트(Metal Push Belt)를 걸어놓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변 풀리의 유압 제어: 컴퓨터가 유압을 조절해 풀리의 좌우 폭을 좁히면, V자 홈이 밀어내면서 벨트가 바깥쪽으로 타고 올라가 회전 반경이 커집니다. 반대로 풀리의 폭을 넓혀주면 벨트가 축 중심과 가까워지며 반경이 작아집니다.
금속제 푸시 벨트: 일반 고무벨트와 달리 미끄러짐을 버티며 동력을 밀어주는(Push) 고도의 특수 금속 벨트입니다. (이 핵심 벨트 기술은 유럽의 특정 기업이 독점적 특허권을 쥐고 파워트레인 시장을 리드해 왔습니다.)
TCU가 차량의 속도와 가속페달 각도(TPS)를 실시간으로 계측하여 이 두 풀리의 V자 홈 폭을 100만 분의 1초 단위로 연속 제어합니다. 덕분에 기어 변속 충격(쇼크)이 제로에 수렴하며, 엔진을 언제나 3,500rpm이라는 최고 효율 점에 묶어둔 채 차속만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최적의 제어 방식이 완성됩니다.
기계적인 마찰의 한계로 인해 내연기관의 가공할 만한 대용량 토크를 완벽하게 견뎌내기 어려워 과거에는 주로 소형 승용차 라인에만 사용되었으나, 요즘은 재료과 유압 제어 로직의 고도화로 중형 SUV 세그먼트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