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격한 독일 '가라지(Garage) 문화': 그들의 DNA에 새겨진 자동차 프로슈머의 정체
안녕하세요, hk Automotive입니다. 독일의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보면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집집마다 자신들만의 “가라지” (Garage, 주차장)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집은 자동문에 차를 두세 대 주차할 공간이 있고, 평범한 집은 손으로 열고 닫는 한 대짜리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 가라지 문이 열리는 순간, 그 내부의 풍경은 실로 장관입니다. 갖가지 수공구와 토크렌치, 교체용 타이어와 오일류 부품들이 벽면과 선반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모습은 흡사 우리나라의 소규모 카센터를 방불케 합니다.
토요일 오전, 독일 아빠들이 가라지 문을 여는 이유
날씨가 좋은 토요일 오전이 되면 독일 전역의 가라지 문이 일제히 열리고 아빠들이 밖으로 나옵니다. 차가 고장 나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이자 일상의 문화처럼 차를 만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제 이웃 중 한 명은 다임러 벤츠(Daimler Benz)의 직원이었습니다. 이 양반은 주말만 되면 마당에 나와 차를 열심히 닦고 또 닦아 광을 냈지요. 이유를 물어보니 참 영리한 룰이 숨어 있었습니다. 벤츠 직원은 약 15% 디스카운트 된 임직원가로 신차를 사서 1년간 타고 다니다가 중고차 시장에 다시 되팔 수 있는데, 주말마다 금이야 옥이야 가라지에서 관리해 준 덕분에 자신이 처음에 샀던 가격보다 비싼 값에 중고차를 되판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웃집을 보면 어린 아들, 딸이 아빠와 함께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기름때를 묻히며 자동차를 돌보는 것을 하나의 재밌는 놀이이자 축제처럼 받아들입니다.
직장에서도, 이웃 사회에서도 제가 강하게 느낀 것은 독일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속 DNA에 우리보다 훨씬 강렬한 '자동차적 요소'가 녹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라지에서 아빠가 차를 뜯고, 쓸고, 닦는 것을 하도 많이 보고 자랐으니 어른이 되면 누구나 기계와 차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궤적입니다.
직장 밖의 노동, 앨빈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의 전형
독일 친구들은 직장에서의 일과 개인의 삶을 아주 엄격하게 구분하는 편입니다. 계약에 따라 직장에서는 하루 6.5시간에서 8시간 동안 본인에게 주어진 시스템 개발과 업무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쉬지 않고 '자신의 노동'을 또다시 시작합니다. 잔디를 깎든, 가라지에서 차를 고치든, 마당 담장의 풀을 베든 해가 질 때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입니다.
이러한 자가 정비와 주택 관리 노동들은 독일의 국가 공식 국민총생산(GDP) 계기판에는 절대 집계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단언컨대 독일 총생산의 20~30%는 족히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호명한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가장 완벽한 전형이 바로 토요일 오전의 독일 가라지에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차를 맡겨두고 휴식을 취하는 우리의 생활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가라지 안에서 대를 이어 전수되는 탄탄한 기계공학적 친밀함이야말로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판을 지배하는 독일 기술력의 진짜 '원천 소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hk Automotive의 한 줄 논평
"명차(名車)는 단순히 연구소의 컴퓨터 도면 위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라지 바닥에서 아빠와 함께 스패너를 쥐고 놀던 아이들의 호기심, 직장 밖에서도 자신의 차를 스스로 정비하는 단단한 프로슈머 문화가 축적되어 만든 거대한 시간의 합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