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줄이기 (2편), 벌집 속의 귀금속 삼원촉매의 마법과 아킬레스건
1편에서 말씀드린 후처리 방식의 핵심인 '촉매'란 무엇일까요? 일상생활에서 촉매란 침체된 분위기를 살려내는 기폭제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어떤 일을 의미하듯, 화학에서의 의미도 이와 비슷합니다. 즉, 자신은 어떤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원소들끼리의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가솔린 엔진에서 발생하는 유해 배기가스 성분 중 일산화탄소(CO)와 탄화수소(HC)를 귀금속(백금, 팔라듐 등)에 통과시키면서 온도를 적당히 올려주면(250도 이상), 귀금속의 산화반응 촉매 작용으로 일산화탄소는 주위의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CO2)로 산화되고 탄화수소는 물(H2O)과 이산화탄소로 산화되게 됩니다.
또한 질소산화물(NOx)은 로듐이라는 귀금속에 적당한 온도를 가하여 접촉하게 되면, 가지고 있던 산소를 내뱉고 원래의 안정된 질소(N2)로 환원되게 됩니다. 이런 귀금속들의 촉매 작용을 이용하기 위하여 이것을 한곳에 모아 세 가지 유해 가스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장치를 바로 '삼원촉매 장치'라고 부릅니다.
벌집 구조와 장 속의 융털: 표면적 극대화의 비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그 절대적 발생량이 많은 편이고 흘러가는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반면 촉매 작용을 일으키는 귀금속은 말 그대로 귀하고 값이 비싸므로 많은 양을 쓸 수가 없습니다. 스펙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배기가스를 거의 전부 귀금속과 접촉하게 하려면 촉매의 내부는 아주 특별한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안을 보면 세라믹이 벌집 모양의 구조로 되어있고 그 표면에는 산화알루미늄이 코팅되어 있습니다. 이 산화알루미늄은 귀금속은 아니지만, 벌집의 표면적을 넓혀 가스가 닿는 면적을 수천 배로 확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체의 기관과 비교한다면 장 속의 융털 구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미로와도 같은 곳을 배기가스가 이리저리 흐르면서 귀금속 성분과 접촉하는 순간, 유해 성분은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바뀌게 됩니다.
삼원촉매가 일하기 위한 두 가지 필수 선결 조건
그러나 이렇게 촉매장치가 정해진 각본대로 산화·환원반응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첫째, 촉매가 활성화되는 온도(섭씨 250도 이상) 확보: 대부분의 촉매장치는 별도의 가열장치 없이 배기가스의 열에 의해서 가열됩니다. 시동 초기에 배출가스 총량의 80% 이상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바로 촉매가 아직 온도를 받지 못해 일을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주 정밀한 혼합기 공연비 제어: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가 맞지 않으면 산소 분자의 균형이 깨져 충분한 정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옛날 기화기(카브레터) 시절에는 기계적 제어 한계로 이론공연비 부근의 정밀 제어가 불가능해 촉매장치를 쓸 수 없었습니다. 요즘 전자제어장치(ECU) 엔진이 출현하면서 비로소 이 촉매 장치가 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촉매장치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이토록 좋은 촉매장치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납(Pb)과 실리콘 같은 원소들입니다. 이 성분들이 촉매로 들어가면 넓은 융털 표면을 메워 아주 평평하게 만들어 버려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과거에 휘발유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쓰던 납을 제거하고 오늘날 "무연 가솔린"만을 사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촉매 장치 보호를 위함입니다.
둘째는 한계 온도 초과입니다.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촉매 온도가 섭씨 1000도가 넘어가면, 귀금속의 바탕을 이루는 산화알루미늄이 상태 변화를 일으킵니다. 넓은 표면적을 가진 알파상(Alpha Status)에서 표면이 거의 평면인 감마상(Gamma Status)으로 순식간에 변하게 되며, 이렇게 되면 촉매의 수명은 끝이 나게 됩니다.
촉매는 자동차를 구르게 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지만, 값이 매우 비싼 부품입니다. 한번 손상되면 교환 비용이 많이 들므로, 항상 질 좋은 연료를 사용하고 정밀하게 제어해 주어야 하는 소중한 장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