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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기가스 시험 모드의 등장: WLTP와 실도로 주행 시험(RDE)의 시대

 

이전 섹션에서 우리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실험실 안의 러닝머신인 '샤시 다이나모미터'를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각국은 서로 다른 시험 모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FTP75를, 유럽은 NEDC를 적용해 왔고, 다른 여러 나라는 미국의 혹은 유럽의 방법을 선택하여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복잡했던 규격들도 하나로 통합되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의 시험 모드가 하나로 묶이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커들이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를 이제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 전역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해당 지역의 자동차 메이커가 그 지역 시장만을 대부분 장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따라서 자동차의 지역적 특성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지역적으로 복잡하게 구분된 시험 모드를 유지하는 것도 의미가 크게 약해진 것입니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배경은, 기존에 쓰이던 유럽의 시험 모드(NEDC)가 자동차 엔진이 가동되는 전 영역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엔진의 성능이 시간이 갈수록 몰라보게 좋아진 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기존의 부드럽고 정형화된 시험 모드가 실제 소비자들이 달리는 '실도로 주행 환경'을 대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 표준의 등장, 더욱 가혹해진 WLTP 모드

대략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기술적 한계라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마침내 새로운 배기가스 시험법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라고 불리는 새로운 국제 표준 시험 모드입니다. 이 모드는 2017년 9월부터 발효된 EURO6c 배출가스 규제에 채택이 확실시되며 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WLTP   시험 싸이클

그래프 아래에 표시된 기존 NEDC와 새로운 WLTP의 비교 데이터를 보시면 단번에 알 수 있듯이, WLTP는 일단 전체 측정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지고 가속 구간이 대단히 많고 급해졌으며 최고 속도(Vmax) 역시 더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엔진 부하가 훨씬 커지는 WLTP 모드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무조건 이전보다 시험당 뱉어내는 배기가스의 절대량이 더 많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시 EU 위원회(EU Commission)가 'Compliance Factor'(기존 NEDC 결과치보다 몇 배 더 높게 규제치를 인정해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배수)를 과연 얼마로 둘 것인가가 자동차 업계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부조리를 깨부순 방어막, RDE와 PEMS의 등장

이 새로운 모드의 도입과 더불어, 자동차 회사들이 실험실 안에서만 얌전하게 배기가스를 줄이고 실도로에서는 독소를 뿜어내던 오랜 부조리에 강력한 방어막을 치는 보완 장치가 도입되었습니다. 바로 PEMS(Portable Emission Measurement System, 이동식 배급분석장치)라는 시험 장치를 차량에 직접 매달고 실제로 도로를 달리며 측정하는 RDE(Real Driving Emission, 실도로 배기가스) 시험의 활성화입니다.

실험실 안 인증 시험과 실도로 주행 시의 배기가스 양과 질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결국 2015년 9월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VW)이 저지른 이른바 '배기가스 디젤 스캔들'로 인해 세상에 폭로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RDE 시험은 공학계에서 엄청난 무게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RDE (Real Driving Emission) 측정장비를 실은 자동차

위의 사진은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대학교에서 초기 개발 과정 중에 있던 PEMS 장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밀 실도로 계측 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폭스바겐(VW) 차량이 주행 참고 차량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진이 이 장치를 달고 실제 도로를 달렸을 때, 실험실 안 시험 모드의 결과와 실도로에서의 시험 결과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 결국 전 세계를 뒤흔든 폭스바겐 스캔들이 발각되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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