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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 (2부)


앞서 1부에서는 자동차가 질주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거대한 장벽인 '공기저항력'의 물리적 수식을 해체해 보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도로 위를 주행할 때 가속페달의 토크를 빼앗아 가는 복병은 공기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오른발이 만들어내는 추진력에 대항하는 세 가지 숨은 저항 요소를 마저 분석해 보자.

🔺 구배저항력 (Gradient Resistance)

이것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몸으로 체감하는 아주 상식적인 저항력이다. 똑같은 차라도 오르막길을 달릴 때가 평지를 달릴 때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들고 속도가 더디게 올라간다.

이 저항력의 근원적 원인은 바로 지구의 중력이다. 오르막을 올라갈 때는 차를 앞으로 움직이는 수평 방향의 힘에 더하여, 차의 무거운 질량을 위로 들어 올려야 하므로 그만큼 역학적 에너지가 더 필요하게 된다. 이를 물리학적으로 분석하면, 자동차의 무게가 경사면을 따라 뒤로 끌어당기는 분력(分力)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공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구배저항력 = 자동차의 총 중량 x sin(도로경사각)
자동차의 저항력 그림


🔄 구름저항력 (Rolling Resistance)

구름저항은 앞서 언급한 공기나 중력에 의한 저항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복병이다. 이것은 타이어와 도로 표면이 맞부딪히며 굴러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마찰 저항이다.

압축공기를 가득 채워 동그랗고 팽팽하게 부푼 타이어가 단단한 아스팔트 위를 굴러가는데 무슨 저항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저항력의 에너지 소모율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차가 도로 위를 주행할 때 타이어와 도로의 형상을 극단적으로 확대해 보면, 타이어와 도로 양쪽 모두 원래의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찌그러지며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이 변형 자체가 내부적인 분자 마찰을 일으켜 엔진의 힘을 열에너지로 소모해 버릴 뿐만 아니라, 변형된 타이어의 단면 모양이 타이어가 앞으로 전진하려는 회전 방향을 턱처럼 가로막게 된다.

우리가 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달리기를 하면 발이 모래 속에 푹푹 빠지며 변형되는 바람에 평지보다 힘은 훨씬 더 들고 속도는 나지 않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이다. 실제 모래밭이나 진흙탕에서 차를 몰아보면 이 구름저항의 가혹함을 뼈저리게 경험할 수 있다. 공식은 다음과 같이 세팅된다.

구름저항력 = 자동차의 총 중량 x (구름저항계수 + 자동차의 주행 속도)

자동차에 작용하는 구름저항력 그림


⚡ 가속저항력 (Acceleration Drag)

마지막 저항은 정지해 있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들 때나, 혹은 일정 속도로 정속 주행 중인 차량을 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게 만들기 위해 가속할 때 발생하는 저항이다.

물리학의 거장 뉴턴 할아버지가 정립하신 운동 제2법칙, 바로 "가속도의 법칙"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어떤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를 변화시키려면 그 질량에 비례하는 힘을 외력으로 가해줘야만 한다. 역으로 말하면 물체 고유의 '관성'이 가속을 방해하는 저항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가속저항력 = 챠량중량 x 가속도 (F = m x a)

자동차가 서킷을 주행하는 매 순간마다, 엔진이 뿜어내는 '추진력'과 이에 완강하게 대항하는 이 네 가지 저항력(공기·구배·구름·가속저항)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실시간으로 부딪치며 작용하게 된다.

🏁 결론: 최고속도가 결정되는 평형점

자동차가 가진 추진력이 이 네 가지 저항력의 총합보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까지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지치지 않고 앞으로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가속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속도가 올라갈수록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공기저항을 필두로 각종 저항력의 총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마침내 갖가지 저항력을 합산한 힘의 크기가 자동차 엔진과 파워트레인이 짜낼 수 있는 '최대 추진력'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균형을 이루는 순간부터는 제아무리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짓밟을지라도 차는 단 1km/h도 더 이상 가속되지 못하고 속도가 고정된다.

이렇게 차에 작용하는 모든 저항력 곡선과 차가 가질 수 있는 변속기 단별 최대 구동력 곡선이 서로 조우하는 교점에서의 속도, 이를 우리는 자동차의 '최고속도(Maximum Speed)'라고 부르며, 차량의 한계 동력성능을 나타내는 가장 정밀한 지표로 삼는다.

제아무리 비싸고 훌륭한 슈퍼카일지라도 반드시 한계 속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한계선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히 엔진의 마력 마크뿐만 아니라, 엔진의 성능과는 무관하게 우주 법칙에 따라 차량 전면을 압박해 오는 자연의 저항력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자동차의 동력성능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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