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들어가기가 불안하다
터널 들어가기가 불안하다: 블라인드 주행의 위험성
인간 공학적 한계 극복과 2·3차 추돌 사고 방지를 위한 인프라 제언
요즈음은 주행할 일이 부쩍 많아져 고속도로를 자주 달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위에서 수많은 터널을 지나칠 때마다, 얼마 전 강원도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했던 참혹하고 끔찍한 연쇄 추돌 교통사고가 자꾸만 뇌리를 스치며 생각납니다. 그 비극적인 사고는 아마도 대형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끝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희생된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먹먹해집니다.
단지 그 특정 사고뿐만이 아니라, 운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터널을 진입하고 통과할 때마다 전산·인프라 관점에서 다소 깊은 불만스러움과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을 할 때는 주행 조건 및 기상 상황에 따라 안전거리가 다를 수는 있지만, 최소 전방 수백 미터 정도의 시각적 시야는 반드시 확보한 상태에서 주행하는 것이 안전 운전의 대원칙입니다. 하지만 현행 터널 진입 구조는 도무지 이 심리적 불안함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명확한 공학적 이유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2) 정보의 블랙박스화 (예측 불가능성): 지금 도대체 터널 안 전방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나 정체, 사고가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하면서, 운전자는 '전방의 시야를 전혀 확보하지 못한 블라인드 상황에서 초고속 주행을 감행하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결과를 매번 마주하게 만듭니다. 과연 이 인프라를 안전하게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도 많은 고뇌와 생각을 해보았겠지만, 필자 역시 독일 아우토반의 선진 관제 인사이드(Lessons Learned)를 참조하면서 실효성 있는 몇 가지 개선 방안을 고안해 보았습니다.
🎯 실시간 전광 속도 표시기를 통한 정보의 시각화
가장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해법은, 터널 진입 전 전방 입구에 터널 내부를 실제 달리고 있는 차량들의 실시간 구간별 속도를 매핑해 주는 전광판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위 가상 설계도와 같이 터널 외부의 운전자에게 닫힌 공간 내부의 교통 흐름 상황을 실시간으로 예고해 주는 전산 피드백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만약 터널 안에서 돌발 사고나 급정체가 발생했다면 전광판의 속도(특히 중간부나 출구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므로, 후속 차량들이 터널에 진입하기 전부터 미리 브레이크에 발을 얹고 감속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진입했다가 앞차를 추돌하며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2차, 3차 대형 참사를 원천 방지하는 강력한 안전 방화벽 역할을 하게 됩니다.
터널의 연장 길이가 수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길 경우에도, 이처럼 입구에서 [진입부], [중간부], [출구부]의 흐름을 다차원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복수의 구간별 속도 표시 섀시를 라인업으로 표기해 주면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이렇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준다면, 터널 안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른 채 고속으로 달려와 추돌하는 비극의 연쇄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봉평터널 사고의 충격과 슬픔이 너무나 컸기에, 도로 위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이 개선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록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고속도로 인프라의 세심한 전산 제어와 운전자를 위한 진정한 정보 공유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여 아쉬움과 책임감이 교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