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of Systems (SoS)
System of Systems (SoS): 자동차 제어 아키텍처의 대진화
Jetronic에서 DCU와 차량용 이더넷까지, 거대 시스템 통합을 이끄는 PM의 고뇌
1970년대 독일 보쉬(Bosch)가 K-Jetronic, L-Jetronic 등의 이름으로 가솔린 자동차의 연료 분사 장치를 기존의 기계식 카브레터(Carburetor)에서 전자식 도징 시스템(Electronic Dosing System)으로 혁신하여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에 처음으로 납품한 이래,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수량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엔진의 심장을 관장하는 ECU(Engine Control Unit)를 시작으로, 변속기를 정밀 제어하는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등장했고, 이어 제동 시 휠이 고정되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ABS(Anti-lock Braking System)로 발전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BS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여 차량의 급격한 선회 시 스스로 주행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 차체자세제어장치)까지 실차에 성공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이처럼 독립적인 제어 유닛들이 차량 내부에 무수히 탑재되자, 필연적으로 각 제어기 간에 주고받아야 하는 '차내 통신 질량 유량(Data Traffic)'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ECU와 ABS, ECU와 TCU, 그리고 TCU와 ESP 등 제어기 간의 데이터를 예전의 아날로그식 구리 배선(Pin-to-Pin)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물리적·중량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병목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구원투수가 바로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 프로토콜이었습니다. 이 역시 보쉬가 최초로 제안하고 표준화한 기발한 통신방법 이었습니다. CAN 통신은 마치 차량 내부에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르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깔아놓은 것과 같습니다. 각 제어기에서 생성된 정형화된 데이터를 이 고속도로 위에 올려두면, 다른 제어기들이 필요한 순간에 해당 신호를 실시간으로 낚아채어(Broadcasting) 사용하는 혁신적인 버스(Bus)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빌리티 시장에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패러다임이 들어오면서, 차내 통신 데이터의 볼륨은 과거의 데이터양과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해졌습니다. 레이다(Radar), 고해상도 카메라(Camera), 라이다(LiDAR) 등의 첨단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뿜어내는 기가바이트(GB) 급의 대용량 영상 및 점군 신호를 지연 없이 전송하기에는 기존 CAN 통신의 대역폭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즉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임계점에 부딪힌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동차 내부에 초고속 대역폭을 보장하는 차량용 이더넷(Automotive Ethernet) 선로가 본격적으로 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통신 인프라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어기의 물리적 레이아웃도 완전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ECU, TCU, ABS 같은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섀시 제어기에 더해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을 담당하는 IVI(In-Vehicle Infotainment), 그리고 자율주행의 두뇌인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가 융합되면서 이 전체 시스템을 총괄 조율하고 고장 시 Fail-Safe 조치를 즉각 집행할 강력한 상위 중앙 집중형 두뇌인 DCU(Domain Control Unit / 도메인 제어 유닛) 체제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아진 시스템들이 한대의 차량에 장착되어 상호 조화롭게 작용하면서 또 다른 하나의 더 큰 시스템(System of System)을 만들어 탑승자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이 거대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스크린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야말로 숨이 막힙니다. 각 하위 유닛을 담당하는 개별 개발팀(소프트웨어팀, 하드웨어팀, 시스템 아키텍처팀, 검증 시험팀 등 최소 5~6개 이상의 정예 엔지니어링 그룹)들이 기계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PM은 실시간으로 개발 진척 속도를 맞추는 것은 물론, 수천 가지에 달하는 통신 파라메터 매핑과 진단 프로토콜(UDS 등)의 전산 공유,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가혹한 시스템 프로젝트 품질 평가선인 Quality Gate(품질 게이트)를 동시에 통과시켜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실시간으로 풀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월 사업부장과 사장단 앞에 서서 아래의 4대 핵심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파로젝트 진행현황을 오차 없이 보고해야 마땅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요?
* On Time: 글로벌 OEM과의 약속된 양산 스케줄 라인을 단 하루도 지연시키지 않을 것.
* One Spec: 복잡다단한 시스템 요구 사양서(SRS)의 기능 규격을 완벽하게 만족할 것.
* On Budget: 가혹한 단가 압박 속에서 개발비와 재료비 마진율을 엄격히 방어할 것.
* On Quality: 필드 불량률 0-ppm을 목표로 무결점 시스템 신뢰성을 입증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