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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주유구 위치

주유소 갈 때마다 헷갈리는 주유구 위치, 계기판 '이것'만 보세요!

'좌빵우물'에서 깨달은 자동차 주유구 방향의 공학적 비밀과 한일좌독우(韓日左獨右)

2000년대 초반,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있는 보쉬(Bosch) 본사에서 한창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회사의 렌터카 풀(Pool) 관리 시스템 덕분에 3개월에 한 번씩 파릇파릇한 벤츠 C클래스 신차를 순환 배치받아 타는 과분한 호사를 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차가 바뀔 때마다 주유소 진입로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하는 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분명 주유기 오른쪽에 차를 바짝 대고 당당하게 내렸는데, 막상 내려서 보면 주유구가 차 반대편에 덩그러니 위치해 있어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차를 다시 빼서 대기도 멋쩍어, 결국 주유기 호스를 냅다 힘껏 잡아당겨 자동차 지붕 위로 가로질러 주유하곤 했습니다. 주유소 바닥에서 주유 호스와 레슬링을 하던 꽤나 고단한 시절이었지요.

과거 유럽식 정찬을 즐길 때, 테이블 위 내 빵의 위치가 매번 헷갈려 옆 사람의 빵을 집어 먹는 실례를 범한 뒤 절대 잊지 않으려고 외워두었던 '좌빵우물(빵은 왼쪽, 물은 오른쪽)'이라는 식사 매너 공식이 있었습니다. 주유소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 저는 이 '좌빵우물'에서 힌트를 얻어 자동차 주유구의 방향을 뇌리에 박아두기 위한 저만의 독창적인 공식을 급조해 냈습니다. 이름하여 '한일좌독우(韓日左獨右)'입니다.

💡 한일좌독우(韓日左獨右)에 숨겨진 자동차 공학

'한일좌독우'란 매우 명쾌한 척도입니다. 한국과 일본 차는 대체로 주유구가 왼쪽에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차는 오른쪽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방향 설정의 이면에는 각 국가의 통상적인 도로 환경과 운전자 안전을 고려한 정밀한 공학적 철학이 섀시처럼 깔려 있습니다.

  • 한일좌 (한국·일본차는 왼쪽): 과거 일본의 좌측통행 환경과 한국의 전통적인 차량 설계 규격상, 머플러(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주유 시 인화 물질과 접촉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기구의 정반대 방향인 차량 왼쪽에 주유구를 배치하는 섀시 표준이 오래도록 유지되었습니다.
  • 독우 (독일·유럽차는 오른쪽): 독일을 포함한 유럽 대륙은 우측통행 국가입니다. 만약 도로 위를 주행하다가 기름이 떨어져 갓길(보도블록) 쪽에 비상 정차를 하고 주유를 해야 할 때, 운전자가 주행 차로의 차량들에 치이지 않고 안전하게 보도블록 방향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도록 주유구를 운전석 반대편인 차량 오른쪽에 설계한 것이 이들의 안전 마진 기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 자동차들은 국산차나 유럽차를 막론하고 이 '한일좌독우' 공식을 머리 아프게 달달 외우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와 유저 인터페이스(UI) 엔지니어들이 계기판 내부에 운전자를 위한 아주 친절하고 직관적인 '힌트'를 살짝 매립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 차의 운전석 계기판에 있는 유량계(주유소 아이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기름통 그림 바로 옆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작은 삼각형 화살표(◀ 또는 ▶)가 속삭이듯 표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화살표가 주유기 왼쪽을 향하고 있다면? ➡️ 내 차 주유구는 '왼쪽'

▶ 화살표가 주유기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면? ➡️ 내 차 주유구는 '오른쪽'
자동차의 계기판에 있는 주유구의 위치표시

초창기 자동차에는 없던 이 작은 화살표 가이드라인 덕분에, 이제 우리는 초행길에 렌터카를 빌렸거나 타인의 차량 운전대를 잡았을 때도 주유소 진입로 앞에서 창문을 열고 목을 길게 빼며 갸우뚱거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가득이나 살기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노력을 줄여주는 이 작은 화살표의 미학, 오늘 출근 길에 계기판을 켜고 내 차의 주유구 방향은 어디인지 한번 체크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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