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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자동차: 숨바꼭질, 누가 더 공기를 많이 더럽힐까?

 

TV 보는 주인과 시동 켠 자동차의 '숨쉬기 배틀'

가끔 도로 가에 멍하니 서서 매연을 뿜고 있는 자동차들을 보면 이런 엉뚱한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과연 저 자동차 한 대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공기를 얼마나 많이 먹고 더럽히고 있는 걸까?"

그래서 오늘은 우리 사람(차주)이 소모하는 공기량과 엔진이 소모하는 공기량을 재미 삼아 과학적으로 한번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평한 비교를 위해 두 대상 모두 가장 편안하게 숨을 쉬는 '기초대사량 상태'를 가정해 봅시다.

  • 사람: 뛰지 않고 방구석에서 가장 편안하게 TV를 시청하고 있는 상태
  • 자동차: 도로 가에 멈춰서 시동만 켜놓고 주행은 하지 않는 상태 (아이들·Idle 상태)
  • 비교 차량: 대형차가 아닌 친숙한 1,500cc급 준중형 승용차
  • 인간의 호흡: 편안할 때 한 번에 빨아들이는 공기량을 약 0.5리터로 기준
사람과 엔진간의 공기소모량 비교 그림


1라운드: 편안하게 TV 보는 사람의 분당 숨쉬기

사람은 편안하게 쉴 때 1분 동안 약 20회 정도 호흡을 합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 약 0.5리터의 공기가 폐로 들어오니, 1분 동안 소모하는 총 공기량을 계산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산수입니다.

   0.5 리터 x 20회 = 10 리터

네, 우리 사람은 가장 편안히 누워있을 때 1분당 약 10리터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2라운드: 가만히 서 있는 자동차의 분당 숨쉬기

이제 상대 선수인 1,500cc 자동차의 차례입니다. 자동차가 멈춰서 시동만 걸려 있을 때(Idle), 계기판의 엔진 회전수는 보통 800 RPM(분당 800회전) 정도를 가리킵니다.

우리가 타는 보통의 4행정 엔진은 피스톤이 두 번 회전할 때마다 모든 실린더가 한 번씩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입 행정을 가집니다. 즉, 1분 동안 실제 공기를 빨아들이는 기계적 횟수는 800번의 절반인 400번이 되는 셈이죠.

여기에 또 하나 공학적인 비밀이 있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아이들 상태에서는 공기가 들어가는 통로(스로틀 밸브)가 거의 닫혀 있기 때문에, 1,500cc의 실린더 용량을 100% 다 채우지 못하고 겨우 20%(0.2) 정도의 공기만 가쁘게 들이마시게 됩니다.
자, 이 조건들을 모아서 1,500cc 엔진이 1분 동안 빨아들이는 공기량을 계산해 볼까요?

  800(RPM) x 1/2 x 1.5 x 0.2(아이들 흡입 효율) = 120 리터

가만히 서서 골골거리는 자동차란 놈은 1분 동안 무려 120리터의 공기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입니다.

곱게 내놓기나 하면 얄밉지나 않지


계산서를 받아들고 나니 참 기가 막힙니다. 같은 정지 상태를 놓고 비교했는데도, 자동차라는 생명체(?)는 지 주인보다 무려 12배 이상의 공기를 더 빠른 속도로 소모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이 공기를 소모한 뒤 뱉어낼 때는 어떨까요? 우리 사람의 폐로 들어갔다가 나온 숨결은 이산화탄소가 조금 늘었을 뿐, 여전히 전체의 절반 정도는 산소가 그대로 남아있어 비교적 얌전하고 곱게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엔진의 배기구를 통과해 나오는 숨결은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아까운 산소를 맹렬하게 태워버린 것도 모자라, 그 속에는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등 인간의 몸에 치명적인 온갖 해로운 독성 가스들을 잔뜩 섞어서 거칠게 내뿜어 댑니다.

도로 위에 자동차가 자꾸만 많아질 때마다 우리가 마시는 도시의 공기가 왜 이토록 빠르게 탁해지고 숨이 막혀왔는지, 이 간단한 '분당 120리터'의 계산식만 보아도 단숨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거창한 구호 이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소중한 지구 공기를 위해 시동을 시원하게 꺼줘야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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