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김서방, 디젤 사야 돼? 가솔린 사야 돼?" 전문가가 들려주는 엔진의 속사정
처가댁 김서방의 영원한 숙제
현업에서 자동차 엔지니어로 한창 치열하게 일하던 시절,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 가면 처가댁 어르신들과 친척분들로부터 단골로 듣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제가 자동차 쪽에 있다는 걸 아시니 넌지시 곁에 와서 물어보시는 것이죠.
"여~ 김서방, 내가 이번에 차를 좀 바꾸려고 하는데 말이야. 누구는 디젤(경유)을 사야 기름값이 굳는다고 카고, 누구는 휘발유(가솔린)를 사야 조용하다고 케서 당췌 종잡을 수가 없어. 자네가 전문가 아이가. 시원하게 답 좀 해줘 봐."
가장 친근하면서도 늘 고민되는 이 질문에 대해, 그 시절 제가 처가댁 식구들에게 쉽고 명쾌하게 풀어주었던 엔진 이야기를 블로그 독자분들과도 나누어볼까 합니다.
휘발유와 경유, 세금의 심통과 연료의 성질
주유소에 가면 주로 승용차용으로 쓰이는 휘발유와 버스, 트럭에 쓰이는 경유 두 가지 연료를 만납니다. 때때로 내 차에 비싼 휘발유를 넣고 있을 때, 옆에서 연료통이 엄청나게 큰 대형 트럭이 경유를 가득 채우고도 생각보다 돈을 적게 내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심통이 나기도 합니다.
사실 정유공장에서 순수하게 경유나 휘발유를 만들어 공급하는 원가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휘발유에는 생산 가격의 두 배가 넘는 묵직한 유류세가 붙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비싸게 지불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승용차에 세금이 싼 경유를 그냥 넣을 수는 없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연료비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시도를 하신다면 소중한 자동차 엔진을 통째로 죽일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엔진의 태생적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솔린(휘발유): 증발이 아주 잘 되고 인화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공기 중에 두면 유증기가 되어 공기 분자와 아주 잘 섞이며, 불꽃을 살짝만 갖다 대면 순간적으로 불이 확 붙는 성질을 가집니다.
디젤(경유): 휘발유에 비해 증발 속도는 훨씬 떨어집니다. 하지만 스스로 뜨거운 온도와 접촉했을 때 불이 붙는 성질, 즉 '자연 착화성'이 휘발유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덩치는 작지만 날쌘 가솔린, 시끄럽지만 기운 센 디젤
각 엔진은 연료의 이런 고유한 성질에 딱 맞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은 휘발유가 공기와 잘 섞이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먼저 공기와 연료를 예쁘게 혼합한 상태(혼합기)로 연소실 안으로 끌어들인 뒤, 피스톤으로 압력과 온도를 올려놓고 '점화플러그'로 불꽃을 팍 튀겨서 일순간에 태워버립니다. 연소 속도가 아주 빠르고 정숙하므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고속 운전 엔진을 만들기에 최고입니다.
다만 연소 속도에 한계(초당 약 20m)가 있어서 연소실을 무작정 크게 만들면 불꽃이 끝까지 도달하지 못해 순간 연소가 안 됩니다. 그래서 가솔린 엔진은 실린더 하나의 직경이 아무리 커봐야 10cm를 넘기 힘듭니다. 큰 힘을 내려면 실린더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작은 실린더를 4개, 6개, 8개씩 연달아 배치(다기통)해야 하지요. 조용하고 빠르지만 크기에 한계가 명확해 승용차의 심장으로 주로 쓰입니다.
반면 디젤 엔진은 일단 연소실 안으로 공기만 한껏 빨아들인 뒤 엄청난 압력으로 꾹 압축합니다. 그러면 공기가 400°C 이상으로 뜨거워지는데, 여기에 경유를 안개처럼 촤악 분사합니다. 그러면 경유가 뜨거운 열에 스스로 알아서 폭발(착화)하며 뒤따라 들어오는 연료들을 순차적으로 태우게 됩니다.
스스로 쾅 폭발하기 때문에 가솔린보다 특유의 덜덜거리는 강한 진동과 소음을 동반하지만, 화염이 순차적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덩치가 무지막지하게 큰 엔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선박용 디젤 엔진 중에는 실린더 하나의 직경이 무려 1m에 달하는 괴물도 존재하니까요. 덩치가 크고 묵직한 힘이 필요한 트럭, 버스, 중장비에 제격인 이유입니다.
20년의 세월을 넘어, 서로를 닮아가는 엔진들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1999년 당시에 처음 작성했던 글입니다. 당시 저는 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며 조심스럽게 한 가지 예측을 덧붙였었습니다. 앞으로 가솔린과 디젤의 한계가 점점 모호해지며 서로를 닮아갈 것이라고 말이죠.
당시 일본 미쓰비시 등이 개발해 막 판매하기 시작했던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 가솔린 직접분사) 엔진이 가솔린이 디젤을 닮아가는 대표적인 예였습니다. 가솔린 엔진인데도 연료를 미리 섞지 않고 디젤처럼 연소실 내부에 직접 기름을 쏴버리는 방식이었죠. 기존 가솔린은 힘을 조절하려면 흡기 밸브를 막아 공기 양을 조절해야 했는데, GDI로 가면서 공기는 마음껏 들어가게 두고 오직 분사하는 연료의 양만으로 힘을 조절하게 되었습니다. 디젤의 원리를 꼭 빼닮은 것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연비를 15~20% 아끼기 위한 경제성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디젤 엔진 역시 가솔린의 정밀함을 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커먼레일(Common Rail)' 디젤 기술입니다. 과거의 디젤은 실린더마다 독립된 기계식 펌프 파이프로 연료를 보냈지만, 커먼레일은 가솔린처럼 단 하나의 공용 연료 라인(Rail)에 고압의 연료를 채워두고 컴퓨터가 전자식 인젝터로 정밀하게 제어하며 분사합니다. 소음을 줄이고 매연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함이었지요.
1999년의 김서방이 처가댁 어르신께 호기롭게 설명했던 기술의 미래는 오늘날 완벽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닛을 열고 외관만 봐서는 이것이 가솔린인지 디젤인지 엔지니어조차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두 엔진은 아름다운 기술적 융합을 이루어 냈습니다. 다음에 또 명절에 친척분들이 "김서방, 이번엔 전기차 가야 돼, 하이브리드 가야 돼?"라고 물어보신다면, 그때는 또 어떤 공학적 비화를 들려드려야 할지 유쾌한 고민에 잠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