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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Rockstar) 변속기 설계 잔혹사: 컴퓨터 한 대로 영국의 리카르도(Ricardo)까지

 

아시아자동차가 만든 록스타 SUV

겉보기엔 단순한 톱니바퀴? 변속기 기어의 숨 막히는 제조 공정

수동이든 자동이든, 자동차의 변속기를 뜯어보면 비스듬하게 날이 선 ‘헬레컬 기어(Helical Gear)’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쇳덩어리끼리 마주 보며 맞물려 돌아가는 이 톱니들이 겉보기엔 그저 단순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이 서린, 만만치 않은 대공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달궈진 쇠를 망치로 사정없이 두들겨 조직을 아주 치밀하게 만드는 '단조(Forging)'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그다음 선반에 올려 기어의 대략적인 외형을 깎아내고, 쉐이퍼나 호빙머신이라는 거대한 기계로 기어의 이빨을 하나씩 파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빨이 다 깎이면 마치 남자가 아침에 면도하듯이 치면을 정밀하고 매끄럽게 다듬는 '쉐이빙(Shaving)' 공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어가 부서지지 않도록 엄청난 고온에서 단단하게 구워내는 '열처리'까지 거쳐야 비로소 기어 하나가 탄생합니다. 말 그대로 대충 읊어도 숨이 차는 복잡한 여정입니다.

20배 크기로 도면을 그리던 '원시 시대'와 미스터 홀드만(Mr. Holdman)

당시 변속기 설계의 핵심 중의 핵심은 딱 세 가지였습니다. 기어의 강도설계, 싱크로나이저의 용량설계, 그리고 베어링의 한계수명설계. 케이스의 강성이나 샤프트의 강도도 중요했지만, 이 세 가지에 비하면 조연에 불과했지요.

당시 과장님의 불호령과 함께 저는 곧바로 기어설계에 온몸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마침 80년대 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선진국의 은퇴 기술자들을 초빙해 기술을 배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아자동차 변속기 팀에는 미국 포드와 보그워너에서 근무하시다 은퇴하신 '미스터 홀드만(Mr. Holdman)' 선생님이 고문으로 계셨습니다.

저는 사무실 옆에 우뚝 솟은 높은 서류 캐비넷을 샅샅이 뒤져 'Holdman'이라는 이름이 적힌 문서는 영문이든 뭐든 죄다 복사해 밤새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기어설계 중반부 즈음, 참으로 기가 막힌 과정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기어의 '치형계수'를 찾아야 하는데, 컴퓨터 계산이 아니라 기하학적으로, 즉 손으로 직접 그려서 찾는 방식이었습니다.

제도판(드래프트) 앞에 앉아 실제 기어 크기의 무려 20배 사이즈로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인볼류트 곡선과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컴파스로 정밀하게 그려 넣고, 기어를 깎는 커터가 지나간 궤적까지 일일이 손으로 그렸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거대한 밑그림에서 자를 대고 치형계수를 도식적으로 구해내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이래가지고 기어 하나 계산하는 데 일주일인데... 변속기 하나 통째로 설계하려면 1년은 걸리겠네? 이건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BASIC 코딩으로 일궈낸 1분의 기적, 그리고 '모기 소리'의 습격

마침 그때 연구소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퍼스널 컴퓨터 'IBM 5550'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면은 투박했지만 기본적으로 '베이직(BASIC)' 언어가 탑재되어 있었고, 아주 초보적인 그래픽 기능이 가능했습니다.

그날부터 밤낮으로 컴퓨터 매달렸습니다. 손으로 그리던 도면 궤적을 수학적 공식으로 바꾸고, 수동 계산 과정을 수백 줄의 베이직 코드로 치환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컴퓨터와 약 1년 동안 눈물겨운 씨름을 벌인 끝에, 드디어 기어 하나를 단 1분 만에 완벽하게 설계해 내는 자동화 툴(Tool)을 독자 개발해 냈습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가 계산한 값을 어떻게 검증하지?" 또 다른 과제가 눈앞에 닥쳤지만, 멈출 순 없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당시 아시아자동차의 야심작이었던 짚차, '록스타(Rockstar)'에 장착될 변속기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메인 샤프트, 메인 드라이브 기어 등의 핵심 기어류와 베어링, 싱크로나이저 링 등은 제가 직접 설계했고, 케이스는 동료의 지원을 받아 드디어 대망의 첫 시제품(Prototype)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시제품을 장착하고 테스트를 하는데 주행 속도를 높이자 변속기에서 "엥~~~" 하는 날카로운 모기 우는 소리가 연구소에 진동을 했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기어 와이닝 노이즈(Gear Whining Noise)'였습니다.


"너 영어 잘하니까 영국 리카르도(Ricardo)로 가라!"

소음을 잡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원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다시 '치형(Gear Tooth Profile)'이었습니다. 기어 이빨을 정밀하게 깎고 면도(쉐이빙)까지 마쳐도, 마지막 '열처리' 과정만 거치면 쇳덩어리가 뜨거운 열 때문에 이리저리 미세하게 틀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열처리 후에 다시 치형을 정밀하게 수정하는 연마 공정을 거치지 않는 한, 이 뒤틀림과 소음을 피할 길이 없었던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밤새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슬며시 다가온 선배가 툭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야, 무식하게 혼자 고민하지 마라. 너 영어 잘하니까 외국 유명 업체에 가서 디자인 리뷰(Design Review) 좀 받아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그날로 당장 전 세계 내노라하는 자동차 전문 컨설팅 업체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포르쉐(Porsche), 영국의 리카르도(Ricardo), 오스트리아의 다임러 푸흐(Daimler Puch) 등과 접촉하며 기술 심의를 위한 조율에 들어갔습니다.

치열한 비교 분석 끝에, 전 세계 엔진·변속기 컨설팅의 최고 권위자인 영국의 리카르도(Ricardo)가 최종 협력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BASIC 프로그램으로 설계한 록스타 변속기 도면 뭉치를 가방 가득 남김없이 챙겨 넣었습니다. 38년 전, 대한민국 창원의 한 신입 엔지니어는 그렇게 3개월이라는 기나긴 일정을 품에 안고, 세계 최고 기술의 심장부인 영국 워딩의  리카르도로 향했습니다. 


영국 워딩 식당에 있던 올드 타이머 자동차
영국 남부 워딩에 내가 머물던 호텔주위에서 올드차이머들이 모였어요.
1989년 그때, 차들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칼럼] DCAS의 출현으로 본 자동차 잔혹사와 기술 통합의 방향: SDV 시대,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이 던지는 메시지

38년간 자동차 제어 시스템의 진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지금의 자동차 제어기술의 발전과 법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적어본 칼럼입니다. 1.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의 재현, SDV가 맞닥뜨린 진통 SDV(Software Defined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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