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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라이제이션의 종말?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종말? (The End of Globalization)

반도체 공급망 대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면의 거시경제학적 고찰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종말을 나타내는 그림

지난 2020년 말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전장 부품의 공급망(Supply Chain)이 과거와 같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유례없는 거대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사태 초기에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한시적인 수급 불안정 상황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일년 반이 훨씬 지난 시점까지도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가시적인 주행 전선에서는 보쉬(Bosch), 콘티넨탈(Continental)과 같은 글로벌 메이저 대형 Tier-1 부품사들이 핵심 모듈 시스템을 완성차 업체(OEM)에 적기에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가동 라인이 멈추고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셧다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내막은 훨씬 더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습니다.

📊 공급망 마비의 4대 복합적 전산 요인
  • 지정학적 헤게모니 격돌: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 레이스에서 원천 제외시키려는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박과 제재 체제 개시
  • 수요 예측(Forecasting)의 대실패: 팬데믹 초기 자동차 수요 예측을 보수적으로 잘못 판단하여,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업자들이 자동차용 전용 칩 생산 캐파(Capacity)의 상당 부분을 고마진 IT/가전용으로 전환한 점
  •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로의 급격한 축 이동: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차량 한 대당 소요되는 전자 제어 부품의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점
  •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확대: ADAS 기능 및 첨단 인포테인먼트 등 각종 편의 기능 확대로 차량용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점

여기에 더해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또 하나의 짙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20세기 말 냉전 종식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은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 전 세계 분업화를 통한 생산 원가 절감과 신시장 확대라는 대단히 긍정적이고 달콤한 풍요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러나 급부상하는 중국과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공급망 블록화 디커플링(Decoupling), 그리고 글로벌 역학 구도에서 또 하나의 다극 체제 축으로 끼어들고자 감행된 러시아의 무모한 전쟁은, 지난 30년간 인류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세계화의 바퀴를 멈춰 세우고 주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언컨대, 과거와 같은 '초고효율·최저비용' 방식의 비즈니스 프로토콜로는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로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 대가의 시선: 세계화의 임계점과 문명의 비용 크게 보면 우리는 결국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기계적 한계점(Boundary)에 도달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지난 20~30여 년 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만끽해 왔던 막대한 경제적·문화적 편이와 풍요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미 업계 내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구축해 놓았던 '표준 비즈니스 모델'들을 부분적으로, 혹은 전반적으로 뿌리째 뜯어고쳐야 하는 대수술이 필연적으로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미-소 간의 냉전이 해체되고 미국의 일국 패권 체제 하에서 공급망이 완벽한 국제적 분업화로 재편되던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약 30년은, 지구적 정세의 거대한 물결이 만들어낸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비용은 낮았으며 살맛 났던 비정상적으로 풍요로웠던 황금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 엔지니어들은 시대가 만들어준 거대한 온실 속에서 우리의 실력만으로 그 부귀영화를 누렸던 것이라 착각하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주행 전선의 격변을 겪어내며, 과연 앞으로 인류 역사에 이토록 완벽하고 아름다운 분업 체제의 시절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의문과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마주한 대격변 사태가 세계화의 완전한 파멸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격동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국제 사회와 모빌리티 산업계에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새로운 표준 (New Standard / 뉴 노멀)'이 안착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 거친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의 영광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표준 규격에 나 자신과 비즈니스의 틀을 다시금 맞추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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