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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해방, 유성기어와 TCU가 만드는 자동변속기


수동변속기는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제작이 쉽다는 확실한 장점은 있지만, 변속할 때마다 기어의 물림을 운전자가 일일이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변속 시 기어 물림을 바꾸기 위해 한쪽 다리로는 클러치를 밟아 인가되던 동력을 끊어야 하고, 동시에 한 손으로는 기어레버를 조작해 동력의 경로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물리적 불편함을 완벽하게 제거해주는 영리한 변속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성기어(Planetary Gear)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1. 우주를 닮은 기하학, 유성기어의 변속 원리

유성기어라는 이름은 기어의 구조적 배치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유성(행성)들의 모양을 닮은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기어를 이토록 기막히게 배치해 놓으면 변속 제어가 극도로 단순해집니다.

기어들의 물리적인 맞물림 상태는 그대로 고정해 둔 채, 각 기어 구성품들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변속 동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성기어의 구조도

중심에 위치한 선기어(Sun Gear; A), 외곽을 감싸는 링기어(Ring Gear; B), 그리고 그 사이를 묶어주는 캐리어(Carrier; C)에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브레이크 밴드나 다판 클러치를 결선합니다. 제어 장치가 유압을 가해 이 중 어느 하나를 회전하지 못하도록 고정(Lock)시키면, 선기어로 들어오는 회전력이 고정된 기어비를 타고 변환되어 링기어나 캐리어로 빠져나가며 감속, 증속, 혹은 역회전(후진)으로 변속됩니다.

유성기어의 변속비 테이블


하나의 유성기어 세트에서 구현할 수 있는 변속비에는 공학적인 한계가 존재하지만, 현대의 자동변속기는 서너 개의 유성기어 세트를 연달아 직렬 배치하여 충분히 많은 변속 단수(다단화)를 확보함으로써 이 단점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2. 유압과 TCU(Transmission Control Unit)의 제어 서킷

수동변속기는 앞서 보았듯이 여러 쌍의 헬리컬 기어들의 조합 속에서 슬리브와 싱크로나이저 링을 운전자가 직접 움직여 동력이 흘러가는 길을 수동 선택해 줍니다.

반면, 자동변속기의 내부에는 여러 개의 유성기어 세트가 상시 맞물려 돌아가고 있으며, 기어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성기어에 결선된 브레이크들과 다판 클러치를 유압(Hydraulic Pressure)의 힘으로 잡았다 풀었다 해주면서 변속 동작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게 해줍니다.

자동변속기의 내부 구조도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페달만 밟으면 저절로 기어가 변속되는 '자동'이지만, 제어기인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100만 분의 1초 단위로 연산하며 변속 패턴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TCU가 변속 타이밍을 계측하는 두 가지 핵심 입력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 자동차의 주행 속도 (Vehicle Speed)

  2. 운전자가 밟고 있는 가속페달의 각도 (TPS; Throttle Position Sensor)

자동변속기의 변속패턴 그림


이 두 가지 데이터 전압을 실시간으로 수신한 TCU는 이미 메모리(ROM) 속에 입력되어 있는 최적의 맵(Map)과 대조하여 단수를 바꾸어줍니다.

이 ROM 속의 변속 패턴 데이터는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실차 시험 엔지니어들이 수많은 시간 동안 주행시험장, 일반도로 혹은 가혹 환경에서의 시험을 통해 만들어진 가장 매끄럽고 효율이 좋은 변속감을 찾아 튜닝해 놓은 땀방울의 결정체입니다.

3. 솔레노이드 밸브의 격발과 편리함의 손익계산서

TCU가 주행 환경을 연산하여 변속 지령을 내리면, 변속기 밸브 바디 내부에 매립된 여러 개의 유압 제어용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들이 일제히 개폐 동작을 하게 되며, 이에 따라 유압의 흐름이 제어되면서 각 유성기어 뭉치의 링기어나 캐리어의 동작을 정밀하게 구속하여 변속이 완료됩니다.

따라서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에 비해 하드웨어 구조가 극도로 복잡해지며, 고장이 발생했을 때 수리 난이도가 상승하고 부품 가격 또한 비싸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꽉 막히는 도심 정체 상황이나 일상적인 주행 중에서 운전자의 왼발과 오른손을 완전한 해방시켜주는 압도적인 편리함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지불 용의를 충분히 가질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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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자동차 제어 시스템의 진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지금의 자동차 제어기술의 발전과 법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적어본 칼럼입니다. 1.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의 재현, SDV가 맞닥뜨린 진통 SDV(Software Defined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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