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과학, 배기가스를 다시 태워 유해 물질을 잡는 'EGR 시스템'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줄이는 방법 중에는 참으로 기가 막힌 역설적인 방법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엔진이 한 번 뱉어낸 배기가스를 다시 들이마시게 하는 '가스 재활용', 즉 배기가스 재순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 시스템입니다.
보통 유해 가스는 엔진의 공연비가 맞지 않거나 불완전 연소가 일어날 때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질소산화물(NOx)'은 정반대입니다. 이 녀석은 다른 유해 가스들과 달리, "연소 조건이 너무나도 완벽하고 좋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1. 점잖은 질소가 폭주하는 순간: 1000도의 임계점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N2)는 원래 다른 원소와 반응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점잖은 불활성 가스입니다. 웬만한 가혹 조건이 아니고서야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죠.하지만 연소실 안의 상황이 완벽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론공연비가 정확하게 유지되고, 연소실 모양이 구형에 가까워 화염이 말단까지 거침없이 전달되며, 정밀한 점화 타이밍으로 연소 압력이 피크를 칠 때, 연소실 내부 온도는 순간적으로 1000℃를 돌파하게 됩니다.
바로 이 시점, 너무나 뜨거워진 고온·고압 환경에서 얌전하던 질소 분자가 주변의 산소와 격렬하게 결합하며 악성 유해 물질인 질소산화물(NOx)로 변신해 버립니다.
그렇다면 이 질소산화물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공학적인 해답은 단 하나, 연소실의 최고 온도를 낮추는 것뿐입니다.
2. 안성맞춤 불활성 가스, '배기가스'의 재발견
연소실 안의 최고 온도를 낮추려면 연소 속도를 아주 미세하게 늦춰주어야 합니다. 연소 속도를 늦추는 가장 정밀한 방법은 산소와 연료 분자들 사이에 불을 끄는 성질을 가진 불활성 분자(소화제 역할)들을 널리 뿌려놓는 것입니다.여기서 엔지니어들은 기가 막힌 마중물 데이터를 발견합니다. 엔진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맑은 공기에는 산소가 23%, 질소가 75%, 이산화탄소가 0.04% 들어있지만, 연소가 끝난 후 머플러로 나가는 배기가스는 산소가 거의 다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14%로 폭증해 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질소로 채워집니다.
즉, 엔진이 뱉어낸 배기가스야말로 산소가 완전히 사라진 완벽한 천연 불활성 가스(소화제)인 셈입니다!
3. 신의 한 수, 10%의 완벽한 타협점(妥協點)
이 배기가스의 일부를 거꾸로 돌려 엔진의 연소실 안으로 다시 들여보내면(EGR), 불활성 가스가 연소실 내부의 열 폭주를 가라앉혀 주면서 최고 연소 온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질소산화물의 발생량이 뚝 떨어지게 됩니다.그러나 이 소화제(배기가스)를 무작정 많이 집어넣으면 엔진 운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극단적으로 배기가스만 100% 채워 넣으면 산소가 없어 시동이 꺼질 것이고, 너무 많이 넣으면 엔진의 출력 이 저하되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공학자들이 수많은 계측 데이터를 통해 찾아낸 가장 적절한 타협점은 "빨려 들어가는 전체 공기량의 딱 10% 정도만 배기가스로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10%의 튜닝 비율이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와, 엔진의 출력이 깎이는 부정적인 손실을 서로 타협한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