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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컴퓨터의 신경망, LIN·CAN에서 구원투수 'CAN FD'까지의 통신 진화

한 대의 날렵한 자동차가 미끄러지듯이 현관 앞으로 들어옵니다. 멋진 차림으로 운전석에 앉아 앞유리에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오늘의 중요 뉴스’를 읽던 젊은이는 운전석 오른편에 꽂혀 있던 스마트폰을 뽑아 듭니다. 그러자 그는 자동으로 열리는 차 문을 나서 사무실로 올라가고 자동차는 스스로 주차 위치로  찾아 들어갑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주행 관련 기록을 체크해 봅니다. 

‘흠… 배터리가 좀 고픈 상태군… 어라? BMS 고장 코드가 저장되었는데? 배터리가 고픈 게 아니라 고장이었어? 앱으로 자세히 확인해야겠군.’

가까운 미래에 곧 일상화될 자동차와 개인 디바이스 간의 초연결 풍경을 재미삼아 묘사해 본 것입니다. 이처럼 자동차 안팎을 연결하는 거대한 허브가 실현될 날도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1. 30개의 두뇌, 서로의 정보를 원하다

자동차 한 대에는 적어도 20개, 많으면 150개가 넘는 컨트롤러(ECU, TCU 등)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엔진을 제어하는 ECU, 변속기를 제어하는 TCU, 제동을 움켜쥐는 ABS(ESP), 조향을 담당하는 MDPS, 승차감을 제어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배터리를 감시하는 BMS 등 셀 수 없이 많은 제어장치들이 한 대의 차량 안에서 분주하게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두뇌들이 각각 전혀 독립적으로 작동할까요? 작동 자체는 개별 로직을 따르지만, 이들 간의 '실시간 정보 교환'은 절대적입니다.

예를 들어, ABS의 기본 신호인 '휠 회전수 정보'는 엔진 컨트롤러도 토크 제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변속기 제어장치(TCU)의 기본 정보인 '아웃풋 샤프트 회전수' 역시 엔진 제어장치가 공유해야 하죠. 또한, 차가 고장 나 정비소에 가면 정비사가 스캔툴을 통신 단자(OBD)에 연결해 고장 코드와 그 당시의 차량 정보(프리즈 프레임)를 읽어내는 것도 모든 제어기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2. 구식 배선(Pin-to-Pin)을 부순 보쉬의 혁명, CAN 통신

과거 전기 제품이 몇 개 없던 시절에는 제어기와 제어기를 일대일로 직접 전선으로 연결하는 'Pin-to-Pin' 방식을 썼습니다. 하지만 제어기가 늘어날수록 자동차 바닥에 깔리는 전선 뭉치(하네스)의 무게와 두께가 무지막지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죠.

이 배선 다이어트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독일 보쉬(BOSCH)사가 고안한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 방식입니다.

CAN 방식은 복잡한 배선 대신 딱 두 가닥의 통신선 (CAN-High, CAN-Low)만 서킷에 깔아두고, 이 기축 통신선에 각 장비를 병렬로 묶어버리는 아주 심플하고 정연한 구조를 가집니다.

대용량의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면서도 배선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기에, 지난 30년간 자동차 내 통신 회로의 독점적인 주연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날 자동차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반도체 칩에는 이 CAN 통신 기능이 기본으로 매립되어 있습니다.

CAN통신과 Pin to Pin통신의 구조도


3. 영토의 분할: 경량급 LIN과 초고속 FlexRay

하지만 모든 부품이 CAN처럼 고성능의 2가닥 배선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굳이 높은 통신 효율이 필요 없고 전송 데이터양이 적은 곳(예를 들어 사이드 미러 콘트롤, 씨트 자세제어, 배터리 상태신호 등)에는 1가닥 선으로 가볍게 통신하는 가성비 위주의 LIN(Local Interconnect Network) 방식을 매립하여 해결합니다.

반대로, 섀시 제어나 안전에 직결되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대용량 초고속 영역을 위해서는 FlexRay라는 고전압급 통신 방식이 개발되어 하이엔드 차량의 통신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4. 어제의 축복이 오늘의 저주로? 구원투수 'CAN FD'의 등판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무섭도록 빠릅니다. 어제의 혁신이었던 전통적인 CAN 통신마저 늘어나는 차내 정보 통신량을 감당하지 못해 병목 현상(대역폭 부족)이라는 저주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배선을 비싼 FlexRay나 이더넷으로 갈아엎기에는 제조 단가 전압이 맞지 않습니다. 이때 엔지니어들이 찾아낸 가장 명징한 타협점이 바로 CAN FD(CAN Flexible Data-rate)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기존 CAN 엔진의 보어를 넓히고 부스터를 단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FlexRay와 유사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여 시장에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 기존 CAN을 압도하는 CAN FD의 순정 스펙

  • 압도적인 속도: 데이터 전송 속도(Bit Rate)가 최대 4Mbit/s까지 뻥 뚫립니다.

  • 웅장한 용량: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 패킷이 기존 8바이트에서 64바이트 시스템으로 대폭 확장됩니다.

  • 무결한 호환성: 기존 CAN 장치에서 쓰던 하드웨어(HW) 설계를 상당 부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어 개발 비용 증가를 최소화합니다.

  • 고속 플래시: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기존 대비 3~4배 빨라져 팩토리 공정 및 정비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 장인의 최종 피드백

과거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차내 통신'의 개념은 기화기(카브레터)가 전자제어 연료분사 시스템(EFI)으로 바뀌고 전기/전자 제품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공학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가볍고 유쾌한 LIN과 든든한 대동맥 CAN, 그리고 징검다리 구원투수인 CAN FD마저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거대한 파도가 자동차로 밀어닥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등장이었습니다.

[칼럼] DCAS의 출현으로 본 자동차 잔혹사와 기술 통합의 방향: SDV 시대,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이 던지는 메시지

38년간 자동차 제어 시스템의 진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지금의 자동차 제어기술의 발전과 법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적어본 칼럼입니다. 1.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의 재현, SDV가 맞닥뜨린 진통 SDV(Software Defined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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