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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에서 마주한 독일인들의 두 얼굴: 우아함과 난폭함 사이 (Autobahn Driving Culture)


평소에는 신사,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하는 친구들

평소 독일 친구들은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합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신사적으로 행동해 주변 사람들에게 늘 '좋은 인상'을 주곤 하지요.

그러나 이 친구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사정이 180도 달라집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소 난폭해지기 일쑤입니다.

한번은 제가 아우토반(Autobahn)의 1차선을 다소 낮은 속도(시속 14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새 뒤에 바짝 따라붙었는지 룸미러가 번쩍거렸습니다. 비켜달라고 전조등(하이빔)을 깜빡이는 것이었죠. 우측 차선으로 비켜주자마자 굉음과 함께 "쓍~" 하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제 눈에서 멀어지는 속도가 어림잡아 시속 60~70km는 되어 보였으니, 그 친구의 속도는 얼추 시속 200km가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무제한 아우토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평소 그렇게 우아하고 차분했던 친구들의 운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의 모습들이 아우토반 위에서는 아주 자주 목격됩니다.

독일 아우토반의 정경


"쟤는 독일 애가 아냐" 동료의 걸작 같은 변명

한번은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폭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하노버(Hannover)까지 독일인 동료와 함께 차를 몰고 왕복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편도로만 5시간은 족히 걸리는 장거리 길이라, 차 안에서 이것저것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지요.

마침 가고 있는 도로 위로 위에서 말한 '난폭하게 질주하는 차량'이 딱 나타났습니다. 좋은 기회다 싶어 제가 동료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가끔 이해가 안 가. 너처럼 평소엔 이성적인 친구들이 도로 위에만 올라오면 어떻게 저렇게 난폭하게 변할 수 있지?"

그러자 제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 동료의 대답이 그야말로 걸작이었습니다.

"에이, 쟤는 순종 독일 애가 아닐 거야. 아마 저 아래 남쪽(이탈리아나 남유럽)에서 온 다혈질 친구일 게 분명해!"

자신들의 난폭 운전을 위트 있게 피해 가는 그 변명을 들으며 차 안에서 한바탕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난폭함 속에 숨겨진 무서운 질서정연함: 지정 차로제의 효율성

이런저런 과격한 습관도 보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대부분 독일인들의 운전은 무서울 정도로 '질서정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선을 타는 방법(지정 차로제)이 아주 칼같이 훈련되어 있습니다. 1차선은 가장 앞서나가는 가장 빠른 차, 2차선은 그다음 속도의 차, 그리고 속도가 느린 차나 대형 트럭들은 철저히 가장 오른쪽 차선을 따라갑니다.

한국인 시선에서는 '이게 뭐 그리 대단하고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도로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시스템입니다.

  • 첫째, 교통 소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추월 차선(1차선)이 늘 비어있기 때문에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없고, 이는 도로 전체의 병목 현상을 차단해줍니다.

  • 둘째, 도로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하중이 무거운 대형 차량들이 우측 차선으로만 철저히 다니기 때문에, 도로가 파손되거나 포장이 망가지는 구간이 예측 가능해져 정부 차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엄청나게 아낄 수 있습니다.

평소의 젠틀함,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속도 본능, 그리고 그 바탕에 깔린 철저한 준법정신과 시스템적인 효율성.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아우토반이야말로 진짜 독일이라는 나라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축소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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