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속의 비밀 경찰, OBD-I과 OBD-II의 탄생 (1부)
우리 생활을 좀 더 편하고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발명한 자동차. 하지만 반대로 자동차가 만들어낸 역기능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문제의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와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일 것이다.
옛날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시점부터 지난 1960년대까지는 이 배기가스 문제가 그리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었다. 당시의 자동차는 설계나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터라, 현재의 자동차보다 유해 성분을 수십 배 이상 많이 내뿜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보유 대수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정도가 심한 공해원이 도처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 난방 연료 뒤에 숨어있던 '면피의 시대'
예를 들어 옛날에는 난방이나 산업용 연료를 소모하면서 공장 굴뚝에서 뱉어내는 유해가스의 양이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배기가스의 양보다 그 비중이 훨씬 컸다. 덕분에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눈총을 피하며 '면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당당한(?) 주범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자동차를 현재와 같이 배기가스를 뿜으며 다니게 놔두어서는 안 될 급박한 임계점까지 와버렸다.
물론 지금까지는 선진국들이 주로 자동차의 혜택을 보았으니, 이제 막 마이카 시대에 접어든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지구 환경 전체를 위해 너나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중반기에 전국의 자동차 대수가 1,000만 대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자동차 배기가스의 무풍지대로 남아있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인구의 도시 집중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대도시의 공기오염 정도를 보면 선진국의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 세계 규제의 관제탑, 미국 캘리포니아 CARB
우리나라보다 자동차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나라마다 사정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환경도 우리보다 나쁘면 나빴지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동차가 내뿜는 유해 배기가스를 아주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는 역시 자동차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 중에서도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전 세계의 배기가스 규제를 서슬 퍼렇게 선도하고 있다.
소위 CARB (California Air Resource Board, 캘리포니아 대기보전협회)라는 관청은 자동차 업계를 아주 잡아먹으려는 듯 힘들게 해왔다.
물론 현장에서 이 필터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 자동차 엔지니어들도 대기 환경을 살리기 위한 법적인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련하는 규제 라인을 우리의 기술적 재주가 따라가는 한, 그대로 지키려고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 주행 중의 차량진단, OBD-I의 등장
예를 들어 그들은 21세기부터 차량 판매 대수 중 일정 비율을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차, 즉 ZEV (Zero Emission Vehicle)로 채워야 한다는 법을 일찍이 제정해 놓고 시행할 때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또 하나, 현재 그들이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 방법의 핵심이 바로 OBD (On Board Diagnosis) 법규다.
OBD라는 개념은 대단히 흥미롭다. 앞으로 자동차를 타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필수가변 정보이기도 하다.
OBD (On Board Diagnosis): 우리나라 말로 풀이한다면 “주행 중의 차량 진단”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는 도중, 차에 장착된 어떤 부품(센서나 액추에이터)에 고장이 발생하면 운전석 계기판에 조그만 경고 램프를 점등하여 운전자에게 부품의 이상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이 경고등을 보고 차를 정비소로 가지고 가면, 정비사들은 진단 장비(Scantool)를 차량의 통신 커넥터에 연결하여 어느 부품이 고장인지를 단번에 알아내고 해당 부품을 교환하게 된다. 이 일련의 정밀 고장진단 메커니즘을 일컫는 말이 바로 OBD-I (오비디 원)이다. 차량을 구성하는 각종 전기·전자 부품들의 고장 자체를 진단해내는 1세대 기능인 것이다.
🚨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비소에 안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엔지니어들과 규제 관청은 치명적인 시스템적 구멍(Loophole)을 발견하게 된다. 경고등이 자동차의 고장을 붉게 알리고 있어도, 운전자가 정비소로 가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그 고장이 아주 사소해서 차를 끌고 다니거나 운전하는 데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혹은 바쁘다는 이유로 정비소에 가지 않으면 그 자동차는 고장을 안은 채 계속 도로를 굴러다니게 된다.
그 고장의 종류가 단순한 편의 장치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 부품의 고장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배기가스를 엄청나게 내뿜는 상태라면? 환경 보호적인 차원에서 이 차량은 도로 위에서 반드시 잡아내야만 하는 불법 공해 유발자가 된다.
바로 이러한 상황, 즉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동차의 부품 고장으로 인해 배기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 상태로 도로를 계속 주행하게 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강제성을 갖고 태어난 무서운 법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OBD-II (오비디 투)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