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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속의 비밀 경찰, OBD-I과 OBD-II의 탄생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던진 질문,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운전자가 정비소에 가지 않고 계속 주행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청의 완벽한 해답이 바로 OBD-II (On Board Diagnosis II)다.

OBD-II는 자동차가 법으로 허용하는 한계치 이상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면서 도로를 주행하게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한 '강제성'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법규다. 이 법규가 적용되는 대상은 한쪽으로는 자동차 회사가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일반 자동차 이용자들이 있다.

⚖️ 제조사와 운전자에게 부여된 법적 의무

먼저 자동차 회사에게 이 법규가 요구하는 사양은 대단히 엄격하다.

"당신들이 만든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유해 배기가스의 양은 우리 관청이 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부품의 이상으로 배기가스 발생 수준이 정해진 한계치(미국의 경우 배기가스 규제치의 1.5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보일 때는, 운전석에 장치된 배기가스 경고등(밀램프, MIL / Check Engine Light)을 즉시 점등하여 운전자에게 알려야 한다."

동시에 이 법은 일반 운전자들에게도 강력한 의무를 부과한다.

"여러분의 자동차에 장치되어 있는 배기가스 경고등이 점등되면, 각 운전자 여러분은 지체 없이 가까운 지정 정비소로 가서 그 고장을 수리하여 배기가스가 정상 수준이 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만일 배기가스 경고등이 점등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리하지 않고 계속 차를 운행할 경우, 여러분은 대기보존법에 의거 처벌(벌금)받을 수 있습니다."

🚨 도로 위의 불심검문: 섀시와 데이터는 속이지 못한다


환경 관청(CARB 등)은 교통경찰이나 환경담당 공무원을 동원하여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을 마치 불심검문 하듯이 단속한다. 차를 길가에 세우게 한 뒤, 배기가스 측정 장비를 대고 운전석 계기판의 경고등 점등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이때 도로 위에서는 엔진 전자제어장치(ECU)의 기록에 따라 정확히 세 가지 인간 군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엔진 경고등이 켜진 자동차의 콬핏사진



[OBD-II 단속 스캔 시나리오] 

  1. 실제 배기가스 정상 + 경고등 OFF ➡️ 통과 (정상 주행) 
  2. 실제 배기가스 불량 + 경고등 OFF ➡️ 자동차 제작사 처벌 (제조사 결함) 
  3. 실제 배기가스 불량 + 경고등 ON ➡️ 해당 운전자 문책/벌금 (정비 태만)


만약 배기가스는 펑펑 쏟아져 나오는데 운전석 경고등이 켜지지 않았다면? 이것은 자동차 제작사가 진단 로직을 엉터리로 만들었거나 속였다는 뜻이 되므로 제작사가 엄청난 페널티(리콜 및 과징금)를 물게 된다.

반면, 배기가스도 기준치를 넘었고 경고등도 빨갛게 들어와 있는데 운전자가 정비소에 가지 않고 계속 몰고 다녔다면? 이것은 제어기 메모리에 미수리 주행 기록이 전부 박혀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꼼짝없이 법적 문책과 벌금을 당해야 한다. 경고등이 켜지면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정비소로 직행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 시스템을 짠 것이다.


💻 엔진 제어기(ECU) 소프트웨어의 절반을 삼킨 진단 로직


이 빡빡한 OBD-II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회사는 배기관에 달린 촉매(Catalyst)의 열화 상태, 엔진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실화(Misfire) 등을 항상 정밀 감시해야 한다. 심지어 연료 탱크와 라인에 0.5mm 이하의 미세한 구멍(Leaking)이 나서 연료 증발 가스가 새어 나가는지까지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저렴하고 정확하게 구현하느냐는 전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 어찌 되었든 공무원들도 이제는 진단 장치의 전문가가 다 되었기 때문에,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기술 문서를 검토하는 질문의 수준이 엔지니어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매서워졌다.

이 때문에 현대적 자동차의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소스코드를 열어보면, 엔진을 순수하게 구동하기 위한 움직임 제어 로직은 얼마 되지 않고, 전체 기능의 절반 이상이 오직 이 '진단(Diagnosis)'을 위해 할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완벽한 빗장을 걸어 잠근 'IUMPR'의 진화

법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했다. 2005년 CARB는 법규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며 OBD-II Update를 단행했는데, 이때 등장한 무서운 개념이 바로 IUMPR (In-Use Monitor Performance Ratio)이다.

과정의 허점을 찌른 이 규정의 핵심은 '진단의 빈도'를 감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품의 고장 여부와 배기가스 초과 여부만 판단하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회사들이 오작동 오진을 줄이거나 로직을 편하게 돌리려고 "차가 굴러다니는 동안 진단 시스템이 가동되는 시간 자체를 의도적으로 줄여버리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었다. 진단 횟수 자체가 적으니 당연히 고장을 발견하는 빈도도 낮아지는 허점이 있었다.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제는 하나하나의 진단 장치(로직)가 전체 엔진 작동 시간 대비 실제로 '얼마 동안 감시 일을 수행했는가'를 수학적 비율($Ratio$)로 기록하여 ECU 메모리에 저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버렸다.

                           진단 로직이 실제로 완벽히 수행된 횟수 (Denominator)
IUMPR Ratio = ------------------------------------------------------------------------
                           관청이 규정한 차량의 실제 주행 조건 횟수 (Numerator)

이 비율이 기준치 미달로 떨어지면 고장 여부와 상관없이 법적 승인이 거부된다. 운전자는 전혀 모르고 운전하지만, 엔진 제어장치의 한구석에서는 법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별의별 치열한 연산과 감시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신차가 태어나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통상 10만 마일 이상)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이 철저한 OBD-II 체계.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필연적인 진화라지만, 엔지니어에게도 운전자에게도 차 한번 타기가 점점 더 팍팍하고 정밀해지는 세상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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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자동차 제어 시스템의 진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엔지니어의 시각으로 지금의 자동차 제어기술의 발전과 법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적어본 칼럼입니다. 1. 150년 전 붉은 깃발법의 재현, SDV가 맞닥뜨린 진통 SDV(Software Defined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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