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디아다(IDIADA) 서킷 폭주, 그리고 소킹 텐트 앞의 비명
우리 자동차 제어 시스템 개발 엔지니어들에게 세상 구석구석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가혹한 환경 시험(Field Test)을 치르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화된 루틴입니다. 기묘하게도 남들이 시원한 바다나 계곡으로 달콤한 여름 휴가를 떠날 때,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을 찾아 시험 여행 가방을 꾸리곤 하죠. 목적지는 늘 분명합니다. 엄청나게 덥거나, 지독하게 춥거나,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높거나, 혹은 최첨단 시험장 시설이 갖추어진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여름철 고온 시험을 위해 가장 사랑했던 베이스캠프는 단연 스페인의 이디아다(IDIADA) 테스트 트랙이었습니다. 여름철 스페인 시험장에 가면 엔지니어로서 소화해야 할 제법 가혹한 스케줄이 이어집니다.
이디아다 고속 트랙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전에 철저한 트랙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실시간 관제용 무전기를 지급받으며, 만에 하나 발생할 구급 상황에 대비해 인공호흡법까지 마스터해야 비로소 트랙 진입 차단기가 열립니다.
모든 완벽한 절차를 거쳐 드디어 하이스피드 트랙에 차를 올렸습니다. 거대한 원심력 때문에 차체가 거의 60도 각도로 기울어져 돌아가는 맨 바깥쪽 레인(High Bank)에 차를 몰아 넣은 후 그 상태로 꼬박 한 시간 동안 멈춤 없이 초고속 질주를 감행했습니다.
내 시선은 스티어링 휠과 오른쪽 조수석에 설치된 노트북 화면의 계측 시그널을 오갔습니다. 실시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인젝터 팁 부위의 온도, 그리고 엔진을 돌고 다시 연료 탱크로 리턴되는 뜨거운 연료의 온도 데이터들을 매서운 눈으로 모니터링하며 트랙을 돌고 또 돌았습니다.
그때 시험차 뒷좌석에는 고객사에서 파견 나온 젊은 엔지니어 둘이 동승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마도 '보쉬(BOSCH)의 베테랑 엔지니어는 과연 현장에서 어떻게 시험을 하는가' 구경하러 온 참관인 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로틀을 밟고 고속 뱅크에 진입한 지 고작 5분쯤 지났을까요? 그 활달하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뒷좌석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속 200km/h가 넘는 극한의 원심력 상황이라 고개를 돌려 표정을 볼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속으로 '오, 저 젊은 친구들이 뒤에서 아주 열심히 테스트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나 보군' 하고 대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엄청난 착각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그 높은 뱅크 트랙에서 50도 이상 몸이 뉘어진 채 엄청난 중력가속도(G-Force)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1시간 동안 풀 악셀의 가속을 버텼으니, 달팽이관의 평형 센서가 완전히 나가버린 것이 당연했습니다.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고객사 직원들을 보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당황스럽던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지독하고도 유쾌한 에피소드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독자 여러분이 타는 자동차의 ECU 제어 맵 하나 하나에는, 이처럼 스페인의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뱅크 트랙을 시속 210km로 돌며 달팽이관을 통째로 바쳤던 엔지니어들의 리얼한 눈물과 오버이트 자국(?)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여름철 고온 시험을 위해 가장 사랑했던 베이스캠프는 단연 스페인의 이디아다(IDIADA) 테스트 트랙이었습니다. 여름철 스페인 시험장에 가면 엔지니어로서 소화해야 할 제법 가혹한 스케줄이 이어집니다.
1. 해발 3,000미터의 시에라 네바다, 그리고 베이퍼 록(Vapor Lock)과의 사투
먼저 그라나다 인근에 위치한, 해발 3,000m가 훌륭하게 넘어가는 험준한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악으로 차량을 끌고 올라갑니다. 이 높은 고도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는 참으로 막중합니다.- 고도 인지 검증: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 밀도가 희박해지는 물리적 환경을 ECU가 정확한 전압 신호로 인식하여 흡입 공기량을 보정해 내는지 계측합니다.
- 연료 증발 노이즈 차단: 뜨거운 태양열과 낮은 기압 때문에 연료 계통 내부에서 유류가 증발하여 기포가 생기는 '베이퍼 록'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지 꼼꼼히 체크합니다.
- 열간 방치 시험: 한바탕 고부하 주행을 마친 뒤, 타오르는 태양 아래 갑자기 엔진을 끄고 차량을 오랜 시간 방치(Soaking)해 둡니다. 이때 연료 공급 계통의 핵심 부품들이 설계 엔지니어들이 지정한 한계 온도 아래로 버텨내는지를 검증합니다.
2. 경사각 60도의 하이스피드 트랙, 그리고 침묵의 뒷좌석
하지만 여름철 연료 계통 시험의 최종 피날레는 이디아다 시험장 본선에서 열리는 '하이스피드 테스트(High-Speed Test)'입니다. 자동차를 그 차량이 낼 수 있는 한계 속도로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몰아붙이는 시험입니다.이디아다 고속 트랙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전에 철저한 트랙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실시간 관제용 무전기를 지급받으며, 만에 하나 발생할 구급 상황에 대비해 인공호흡법까지 마스터해야 비로소 트랙 진입 차단기가 열립니다.
모든 완벽한 절차를 거쳐 드디어 하이스피드 트랙에 차를 올렸습니다. 거대한 원심력 때문에 차체가 거의 60도 각도로 기울어져 돌아가는 맨 바깥쪽 레인(High Bank)에 차를 몰아 넣은 후 그 상태로 꼬박 한 시간 동안 멈춤 없이 초고속 질주를 감행했습니다.
내 시선은 스티어링 휠과 오른쪽 조수석에 설치된 노트북 화면의 계측 시그널을 오갔습니다. 실시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인젝터 팁 부위의 온도, 그리고 엔진을 돌고 다시 연료 탱크로 리턴되는 뜨거운 연료의 온도 데이터들을 매서운 눈으로 모니터링하며 트랙을 돌고 또 돌았습니다.
그때 시험차 뒷좌석에는 고객사에서 파견 나온 젊은 엔지니어 둘이 동승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마도 '보쉬(BOSCH)의 베테랑 엔지니어는 과연 현장에서 어떻게 시험을 하는가' 구경하러 온 참관인 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로틀을 밟고 고속 뱅크에 진입한 지 고작 5분쯤 지났을까요? 그 활달하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뒷좌석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속 200km/h가 넘는 극한의 원심력 상황이라 고개를 돌려 표정을 볼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속으로 '오, 저 젊은 친구들이 뒤에서 아주 열심히 테스트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나 보군' 하고 대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엄청난 착각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3. 소킹 텐트(Soaking Tent)의 정지와 단체 오버이트 노이즈
정해진 지옥의 60분 레이스가 끝나고, 드디어 마지막 미션인 연료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게 설계된 밀폐형 '소킹 텐트(Soaking Tent)' 안으로 차를 미끄러트리며 정차했습니다. 차가 완벽히 정지하자마자, 뒷좌석의 문이 부리나케 열리더니 두 젊은 엔지니어가 비틀거리며 튀어나갔습니다. 그리고는 텐트 바닥을 붙잡고 격렬하게 오버이트(구토)를 시작했습니다.그 높은 뱅크 트랙에서 50도 이상 몸이 뉘어진 채 엄청난 중력가속도(G-Force)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1시간 동안 풀 악셀의 가속을 버텼으니, 달팽이관의 평형 센서가 완전히 나가버린 것이 당연했습니다.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고객사 직원들을 보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당황스럽던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지독하고도 유쾌한 에피소드입니다.


